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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국회의 ‘부적절 의견’ 존중돼야

입력 | 2003-04-23 17:55:00


국회 정보위원회가 고영구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해 비전문성과 이념적 편향성 등을 지적하면서 “국가의 최고 정보기관인 국정원장으로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는 보고서를 채택했다.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결과가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야 합의로 국정원과 검찰 경찰 국세청 등 권력기관장들에 대한 청문회를 실시키로 한 취지를 되돌아봐야 한다.

국정원의 총수로서 적임자인지를 따지기 위한 국회 청문회에서 부적격 판정이 내려졌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그 결과를 존중하는 것이 옳다. 특히 이번이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사상 첫 청문회라는 점에서 선례를 확립할 필요도 있다. 따라서 노 대통령은 고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는 게 마땅하다.

국회는 국정원 기조실장으로 내정된 서동만 상지대 교수에 대해서도 이념적 편향성을 들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보고서에 명기했다. 서 교수에 대한 정보위 소속 의원들의 시각은 고 후보자의 경우보다 더욱 부정적이었다. 여야 의원들은 특히 서 교수의 친북 편향성에 강한 우려를 표명함으로써 임명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국정원 기조실장은 청문회 대상도 아니나 이 역시 국회의 뜻을 따르는 게 합당할 것이다.

물론 서 교수는 “북한은 적대관계이자 평화통일의 상대자라는 이중적 현실에서 균형적 인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가 학자로서 ‘균형적 대북 인식’을 갖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군과 함께 국가안보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는 국정원 간부가 대북인식에서 균형부터 강조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서 교수가 자신의 대북 인식을 고집한다면 스스로 국정원 정무직을 사양하고 학계에 남는 것이 옳다고 본다.

비록 남북의 평화공존과 교류협력이 대북정책의 큰 줄기라 하더라도 국정원은 북한을 ‘주적(主敵)’으로 상정하고 안보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기관이다. 국회조차 납득하지 못하는 인사에 대한 노 대통령의 선택을 주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