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초 국내 A증권사의 상품개발팀.
은행들이 ‘대박’을 터뜨린 주가연동예금(ELD)과 비슷한 ‘주가연동채권(ELS)’을 개발하려 애쓰고 있다.
‘표본상품’의 구조는 만기일의 주가상승률이 0∼30%이면 상승분의 60%를 이자로 주고 만기(1년) 이전에 30%에 이르면 무조건 7.2%를 주는 것. 최고 수익률은 정기예금 이자의 4배에 가까운 17.99%(29.98×60%).
투자자가 얼마나 돈을 벌 수 있을까를 한번 검증해본다. 2003년 3월부터 1년 동안 투자하는 약 500개의 표본을 넣어보자. 결과는?
‘투자자의 40.7%는 수익률 0%, 투자자의 51%는 5∼10%(대부분은 7.2%), 투자자의 2.3%는 0∼5%, 10% 이상은 6.0%.’
몇 달 뒤 이 상품은 “원금은 보장되면서 최고 수익률이 17.99%인 고수익 상품”으로 시중에 판매됐다.
올해 최고의 ‘히트 금융상품’은 단연 ELD와 ELS다. 작년 11월 신한은행이 첫선을 보인 뒤 은행권에서만 23일 현재 약 3조5000억원어치가 팔렸다.
이들 상품은 투자금액의 대부분(약 95%)을 우량 채권에 투자해 원금은 보장하면서 이자 부분만을 파생상품에 투자해 고수익을 추구한다.
정말 ‘고수익’과 ‘원금보장’을 얻을 수 있을까.
▽고수익 가능성은?=은행이나 증권(또는 투신)이 제시하는 ‘최고 수익률’은 화려하다. 연 20%를 넘는 곳도 적지 않다. 그러나 A증권사에서 보듯 최고 수익률인 17.99%를 얻는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만기일에 주가 상승률이 정확히 29.98%여야 한다.
고수익을 얻기 힘들다면 평균적인 ‘기대 수익률’은 어느 정도일까.
B은행이 이 달 초 내놓은 ELD는 1년 뒤 주가가 가입일보다 0∼30% 오른 상태라면 7.5%의 이자를 준다. 나머지 상황에선 이자가 없다.
이 은행은 만기일 주가상승률이 0∼30%에 있을 가능성을 43.4%로 추정한다. 따라서 기대 이자율은 3.26%(43.4%×7.5%). 정기예금이나 국채에 투자해 얻을 수 있는 ‘무위험수익률’인 연 4∼5%보다 낮다.
위의 결과에 따르면 주가연동 상품은 이렇게 정의할 수 있다.
‘고수익을 얻기는 무척 어렵고 이자를 받지 못할 가능성은 엄청 높은 상품.’
▽원금보장의 가능성은?=간단히 말해 국내의 원금보장상품은 예금보호대상 금융상품(정기예금과 종금사 발행어음 등 일부)뿐이다. 그것도 원금과 이자를 합해 5000만원까지. 나머지는 ‘원금을 보장하도록 노력한다’는 의미다.
국내에서 선보인 ‘원금보장형 상품’은 대체로 ‘우울한’ 결말을 맞았다.
1990년 정부가 내놓은 ‘보장형 수익증권’은 주식시장이 급락하면서 3개 투신사가 고객의 손실을 만회하느라 부실해졌다. 이후 판매된 상품에서도 판매사가 손실을 대신 떠안으면서 부실을 자초했다. 이를 통해 더 이상 판매사가 고객의 부실을 떠안으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ELS도 마찬가지. 만일 투자한 채권이 부실해질 경우 ELS를 판 금융기관이 대신 원금을 갚아야 할 의무는 원칙적으로 없다. 한국투자신탁증권 상품개발부 유순영 대리는 “고객의 자금을 어디에 투자하는지 확인하라”고 강조했다.
또 중도에 해지하면 원금 이하로 돌려받을 가능성이 무척 높다. 금융기관별로 차이가 크지만 원금의 8%를 받는 경우도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원금보장’의 의미를 ‘원금+무위험수익률(어떤 경우든 받을 수 있는 수익률, 예를 들면 국채 수익률)’로 본다면 ELS의 경쟁력은 급격히 떨어진다.
한국FP협회 임계희 본부장은 “미국에서처럼 원금보장의 의미를 적어도 무위험수익률을 보장해주는 수준으로 여겨야 한다”며 “ELS는 정기예금 금리도 못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기회비용이 높은 위험상품”이라고 지적했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사장은 “은행과 증권사가 주가연동 상품을 ‘로 리스크, 하이 리턴(Low risk, High return·위험은 낮고 수익률은 높은) 상품’으로 과대 포장한다”고 비판했다.
▽가입 시 따져볼 점=ELS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면 향후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예측해야 한다. 주가가 꾸준히 오를 것으로 가정하느냐, 주가가 크게 요동칠 것으로 가정하느냐에 따라 유리한 상품이 달라진다.
우선 꾸준히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면 상승분의 일정 비율(참여율이라고 부름)이 높은 상품이 좋다. 앞으로 1년 동안 30% 정도의 등락이 있을 것으로 본다면 목표수익률에 이르렀을 때 수익률이 고정되는 전환형이 더 유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최고 수익률’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그 수익률에 도달하기 위한 조건을 물어보면 얼마나 어려운지 금방 알 수 있다. 한미은행 자금시장팀 강승희 과장은 “목표수익률이 높은 상품은 그만큼 달성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포트폴리오는 스스로 짜라" ▼
파이낸셜 애널리스트 저널에 따르면 미국에서 성공적인 투자의 91.5%는 투자자산의 황금 배분, 다시 말해 주식 채권 부동산 등에 대한 투자 비율을 당시 경제 상황에 맞게 잘 결정한 덕분이다. 구체적인 주식 종목이나 채권 또는 부동산 물건의 탁월한 선택은 6.7%, 절묘한 매수 및 매도 타이밍은 1.8%밖에 설명하지 못한다.
자산배분에 자신이 없으면 인기상품의 운용방식을 그대로 베끼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한 예로 최근 잘 팔리는 주가지수연동예금(ELD)이나 주가지수연동채권(ELS)의 자산배분을 그대로 흉내 내어 능동적으로 투자하면 수수료를 아끼면서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한 증권사가 최근 내놓은 ELS를 예로 들어보자.
이 증권사는 고객이 맡긴 돈의 96%를 우량채권에, 4%를 장외옵션상품에 투자한다. 채권투자의 기대수익률이 4.16%라면 1년 뒤 만기에는 채권투자만으로도 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원금을 초과하는 수익은 수익률이 주가지수 상승률에 따라 달라지는 장외옵션 투자에서 나온다. 투자수익률은 △주가지수상승률이 30% 미만이면 상승률의 80% △지수가 하락하면 0% △지수상승률이 30% 이상이면 7.4%로 확정된다.
이제 이 상품의 자산배분을 그대로 본떠 960만원을 채권펀드에 넣고 40만원을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한다고 하자.
두 경우의 투자수익률은 주가지수상승률이 같더라도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 이런 차이는 ELS의 특이한 수익률 구조와 ELS 가입 수수료 때문에 생긴다.
계산 결과 지수상승률이 5.26% 미만인 횡보(橫步) 및 약세장에서는 ‘복제형 투자’의 수익률이 더 높다. 지수상승률이 5.26∼85%인 강세장에서는 ELS가 우월하다. 강세장에서도 주식 비중을 조금 높이면 복제형 투자가 ELS 가입보다 높은 수익률을 낳을 수 있다.
ELS투자와 복제형투자의 수익률 비교주가지수
상승률ELS 투자수익률복제형 투자수익률비교+100%7.4%8%(ETF투자결과:40만원→80만원)복제형 우월 +85%7.4%7.4%(40만원→ 74만원)수익률 같음+40%7.4%5.6%(40만원→ 56만원)ELS 우월+20%16%(20%×0.8)4.8%(40만원→ 48만원)ELS 우월+5.26%4.2%(5.26%×0.8)4.2%(40만원→ 42만원)수익률 같음-2%1.6%(2%×0.8)4.08%(40만원→ 41만6000원)복제형 우월-20%0%3.2%(40만원→ 32만원)복제형 우월-50%0%2%(40만원→ 20만원)복제형 우월
이철용기자 lcy@donga.com
▼MMF 환매 불능사태 왜 왔나 ▼
3월11일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머니마켓펀드(MMF)는 오갈 곳 없는 시중 부동(浮動)자금의 훌륭한 안식처였다.
이자는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1년 만기) 수준이면서도 언제든 돈을 넣고 찾을 수 있어 편리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말 43조원이던 투신권의 MMF 잔액은 지난달 10일 사상 최고치인 62조75억원을 기록했다.
3월11일 이후 MMF는 그야말로 애물단지가 됐다.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가 전혀 다른 문제인 카드채의 신용불안 문제로 이어지면서 MMF 환매 사태가 벌어졌고 투자자들은 맡긴 돈을 자유롭게 찾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다.
이를 계기로 MMF의 금리상승, 보유자산 신용하락, 유동성 저하라는 세 가지 위험이 동시에 노출됐다. 이달 15일까지 MMF 잔액은 35조8732억원으로 줄었다. 한 달 남짓 동안 무려 26조원이 ‘탈출’한 것.
▽금리상승 위험=이번 MMF 환매 사태는 SK글로벌 사태로 금리가 상승하는 위험을 피하려는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돈을 인출하면서 시작됐다.
기업어음이나 단기채권, 양도성예금증서(CD) 등에 투자하는 MMF도 기본적으로는 채권형 펀드여서 가입 당시보다 금리가 오르면 펀드 수익률이 떨어진다.
특히 금리가 오르면 자산의 평균 잔존만기(보유 채권이 만기 상환되기까지 남은 날수를 평균한 것)가 긴 펀드일수록 손해가 커진다. 현행 규정상 최장 잔존만기는 120일. 이를 미국처럼 90일로 줄여야 한다는 여론이 크다.
▽신용 하락 위험=정부의 개입으로 급격히 상승하던 금리가 안정을 되찾자 3월17일부터는 MMF들이 다량으로 보유하고 있던 카드채의 신용 위험이 커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기업들이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해 회사채 발행을 줄이자 지난해 채권시장에서는 카드회사들이 발행한 회사채와 기업어음이 주로 거래됐다.
그러나 카드 연체율 상승으로 카드회사들이 위험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카드채 값이 급격히 떨어졌고 급기야 사자는 세력이 사라져 거래가 끊어졌다.
▽유동성 위험=금리상승과 신용하락 위험은 필연적으로 유동성 위험을 부른다. 특히 MMF는 특이한 가격 계산방법 때문에 이번처럼 짧은 시간에 많은 환매신청이 몰린다.
모든 채권형 펀드는 보유 채권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을 반영해 펀드 수익률이 매일 매일 결정된다. 반면 MMF는 보유자산의 장부가격으로 펀드 수익률을 평가하다가 장부가격과 시가와의 차이가 0.5% 이상 벌어지면 시가를 반영하도록 값이 바뀐다.
결국 금리 위험과 신용 위험이 커지면 투자자들은 펀드 값이 갑자기 0.5%나 떨어지기 전에 장부가로 환매를 받으려 한다. 환매가 줄을 잇지만 자산이 팔리지 않아 환매가 불가능한 상태인 유동성 위험에 직면하는 것이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마이너스 금리 시대-제Ⅰ부 시리즈 순서 ▼
1. 불안한 노후생활(4월3일)
2. 라이프 사이클 재테크 시대(4월10일)
3. 재테크의 패러다임 시프트(4월17일)
4. 원금보전형 상품, 꼼꼼히 따져야
5. 해외투자펀드, 허와 실
6. 세금을 알면 재테크가 풀린다
7. 따뜻한 노후맞이 전략
8. 부동산도 간접투자
9. 자산획득 전쟁의 틈새 공략하기
10. 맞춤형 재테크
이 시리즈는 Ⅰ부에 이어 Ⅱ, Ⅲ부가 계속되며 매주 목요일에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