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LG생명과학의 호흡기 감염증 치료제 ‘팩티브’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약 승인을 받았다. 국가 경쟁력 면에서 볼 때 대단한 쾌거였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산업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생명공학기술(BT) 분야에 대한 투자와 연구는 지금보다 10배, 100배는 더 이뤄져야 한다. 앞으로 20, 30년 동안은 세계 경제를 이끌어갈 중심산업인 BT산업에 대한 올바른 자리매김과 과감한 국가전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세계는 바야흐로 ‘바이오 전쟁 시대’라고 할 정도로 각국 정부와 업계는 BT산업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특히 신약은 한 개를 개발하면 최소 50억달러의 세계시장을 형성할 정도여서 고부가가치 산업의 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신약 한 개를 개발하는 데는 평균 10년의 세월과 8억달러의 연구개발비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발이 워낙 어려워 FDA에 등록된 신약을 보유한 국가는 세계적으로 9개국에 불과했다. 한국은 이번에 팩티브를 개발함으로써 겨우 10번째 국가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오늘도 신약의 탄생을 위해 세계 각국의 연구진은 밤낮 없이 연구 중이다. 그중에서도 쿠바는 우리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쿠바의 BT산업은 당초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1960년 미국의 경제봉쇄조치에 따른 의약품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육성해 온 산업이다. 그러다가 1990년대 들어 구(舊)소련과 동유럽 공산권의 붕괴로 특례무역이 중단돼 경제난이 심화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비교우위에 있던 BT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함으로써 고부가 수출산업으로 발전시켰다.
그후 쿠바의 BT산업은 ‘생명유전공학센터(CIGB)’가 주도해 왔다. CIGB는 특히 암 치료제와 에이즈 예방 및 치료 백신 개발에 주력해 왔다. 우선 암 치료제인 인터페론 개발을 추진해 4종의 백신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유방암, 결장암 치료 백신의 경우 브라질 영국 중국 등 세계 14개국과 기술이전 협정을 체결해 2단계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에이즈 치료분야에서도 1986년 항HIV 백신 개발에 착수해 2007년까지 에이즈 예방 및 치료백신을 상품화할 계획이다. 이 밖에 쿠바의 백신 연구기관인 ‘핀라이연구소’는 세계 최초로 B형 뇌막염 백신을 개발해 영국의 글락소 스미스 클라인사와 1998년 판매권 이전 계약을 체결하고 생산을 본격화하고 있다.
앞으로 쿠바는 세계 첨단의약품 시장의 선점을 목표로 에이즈 백신 등의 조기상용화는 물론 뛰어난 BT를 토대로 외국인 투자 유치, 수출시장 개척 등 대외경제협력에도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도 BT에 대한 쿠바와의 협력관계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아직 쿠바와는 국교가 수립되지 않아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으므로 기술협력 등 상호교류가 우선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BT산업은 현재 세계 10위권 안팎 수준이다. 한국이 BT 강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쿠바 스위스 등 BT 선진국들과의 기술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국내 바이오 업체들에 대한 세제 혜택, 신약 제조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의 강력한 지원이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김성우 ㈜BT큐비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