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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中 베이징 회담]美 "다자"-北 "양자" 장외신경전 치열

입력 | 2003-04-23 18:23:00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3자회담 첫날인 23일 중국은 회담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 중재자 역할을 활발히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대표인 푸잉(傅瑩) 외교부 아주국장은 23일 오전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 등 미국 대표단을 회담장인 댜오위타이(釣魚臺)로 초청해 상호 상견례를 겸한 조찬 회동을 가졌다. 푸잉 국장은 이에 앞서 22일 저녁 베이징(北京) 시내 모처에서 이근 외무성 미주 부국장 등 북한 대표단을 초청국 자격으로 불러 만찬을 함께 했다.

첫날은 푸잉 국장이 오전 9시반경부터 먼저 미국 및 북한측과 차례로 양자회담을 갖고 앞으로의 회담 진행 방식과 주요 일정, 의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뒤 오후부터 본격적인 3자회담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시작 직전까지도 미국측은 이번 회담이 ‘다자회담’이라고 주장한 반면 북한측은 ‘양자회담’이라고 반박하는 등 치열한 장외 신경전을 벌였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22일 “중국은 북한과 미국의 1 대 1 대화에 단순히 장소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한 참가자가 될 것”이라면서 “미국은 후속 회담에 한국과 일본이 참여하는 방안을 밀고 나갈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나 주중 북한대사관 관계자는 23일 오전 차오양(朝陽)구의 북한대사관 앞에 모인 취재진이 “3자회담이 어떻게 될 것 같으냐”고 묻자 화난 목소리로 “이번 회담은 조(북)-미회담”이라고 극력 강조했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사흘간 진행될 이번 회담의 전체 일정을 3자회동과 2자회동으로 구분해 그 비율을 따져보면 회담의 성격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켈리 차관보 등 미국 대표단은 중국측과의 조찬 회동을 위해 오전 7시25분 성조기를 단 미국대사관 차량 3대를 타고 숙소인 중궈다판뎬(中國大飯店)을 나서 7시55분경 댜오위타이 영빈관에 도착했다.

미국측 대표단은 숙소 로비에서 차량을 기다리는 동안 베이징에서 급속도로 번지고 있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화제로 대화를 나눴으나 마스크는 착용하지 않았다고 호텔 관계자가 전했다.

이어 이 부국장이 이끄는 북한 대표단이 오전 9시2분경 ‘使133-002호’ 번호와 인공기를 단 북한대사관 소속 아우디 승용차를 타고 회담장에 도착했다. ○…오전 10시25분경 북한 인공기와 중국 오성홍기를 단 대형 리무진 5, 6대가 댜오위타이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목격됐다.

한 소식통은 “3자회담과는 별도로 중국측과 군사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했던 조명록(趙明祿)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단장으로 한 북한 군사대표단을 공항으로 환송하는 차량들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부위원장은 21일 궈보슝(郭伯雄) 중국 중앙군사위 부주석과 차오강촨(曹剛川) 국방부장을 만난 데 이어 22일 후진타오(胡錦濤) 당총서기 겸 국가주석을 예방한 뒤 이날 특별기편으로 평양으로 출발했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이번 회담에 상당수의 취재진이 몰려 열띤 취재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이날 댜오위타이 영빈관 앞에는 한국과 일본 기자 20여명만이 자리를 지켰다.

회담장에 취재진의 접근이 원천 봉쇄됐을 뿐 아니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22일 “이번 회담은 비공개로 진행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서방기자들이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