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송금 의혹사건’을 수사 중인 송두환(宋斗煥) 특별검사팀은 23일 엄낙용(嚴洛鎔) 전 산업은행 총재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현대상선에 대한 대출의 문제점과 외압 의혹 등을 조사했다. 또 엄 전 총재에 이어 24일 4000억원 대출을 전결 처리한 박상배(朴相培) 전 산은 부총재를 소환 조사키로 했다. 특검팀은 박 전 부총재를 상대로 산은법의 ‘동일인 여신한도’ 규정에 따라 2000년 6월 신규 대출이 불가능했던 현대상선에 추가로 4000억원을 신규 대출해 준 과정에서 상부의 지시나 외압이 있었는지 추궁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또 이날 오전 소환된 엄 전 총재를 상대로 △이근영(李瑾榮) 전 산은 총재가 현대상선 대출과 관련해 한광옥(韓光玉)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으로부터 압력을 받았다고 증언한 경위 △2000년 8월 청와대에서 당시 진념(陳稔) 재정경제부 장관, 이기호(李起浩) 대통령경제수석 등과 함께 열었던 대책회의 내용 △김보현(金保鉉) 당시 국가정보원 3차장과 대출금에 대해 의논한 내용 △산은 총재로 재직하며 만기 도래한 현대상선 대출금 4000억원에 대해 신규 대출(일시당좌대월)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2001년 4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부당하게 기한을 연장해 준 경위 등을 조사했다.
엄 전 총재는 이날 조사에서 “이기호 전 대통령경제수석과 김보현 전 국가정보원 3차장 등의 말을 종합해 현대상선이 대출금을 쓰지 않은 것으로 확신했으나 당시 현대의 유동성 위기가 워낙 심각해 어쩔 수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만찬에서 “이 사건이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견해를 거듭 밝힌 것과 관련해 송 특검은 이날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고 사법심사 대상 여부는 나중에 판단할 문제”라고 정리했다.길진균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