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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反美교육 사례 찾아라” 뒤늦게 법석

입력 | 2003-04-23 18:43:00


교육인적자원부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2일 국무회의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반미교육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지시하자 일선 초중고를 대상으로 실태 파악에 나섰다.

충남 예산군 보성초등학교 사태를 계기로 불거진 교단 갈등이 심각한 양상이고 대통령이 직접 관심을 표명한 만큼 29일에 있을 국무회의에는 실태 보고라도 올려야 할 형편이어서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교육부는 우선 학교정책실의 학교정책과와 교육과정정책, 교원정책심의관실이 이 문제를 담당하기로 업무 분장을 했다. 25일에는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의 교육정책국장 회의를 소집하고 교육청별로 일선 학교에서 반미교육 논란이 될 만한 사례가 있었는지 실태를 취합해 보고하도록 지시해 놓은 상태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이 보고한 내용을 토대로 반미교육이 실제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해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이라크전쟁 퀴즈로 논란이 된 전교조의 ‘반전 공동수업 자료집’을 입수해 내용 중에 단순한 반전 평화교육 차원을 넘어 반미교육이란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는지 등을 분석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반전 공동수업자료집과 언론 등에 보도된 내용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나 국사편찬위원회에 의뢰해 실제로 반미적인 내용이 있는지 전문가의 판단을 구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동안 일부 교원단체의 편향적인 교육활동에 대해 교육부 내부와 언론 등에서 꾸준히 문제 제기가 있었는데도 교육부가 뒷짐만 지고 있다가 뒤늦게 호들갑을 떨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11일 시도교육감회의에서 ‘반미감정 확산 예방 대책’에 대해 “이라크전쟁 관련 반전 공동수업으로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 및 교육의 중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사회현상을 소재로 한 계기수업은 교과협의회를 통해 교수학습과정안을 작성해 학교장 승인을 받은 뒤 실시하도록 하고 학교 현장 동향을 주시해 적절한 장학지도를 하라”고 원론적인 입장만 표명했을 뿐이다.

전교조도 노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반미교육 문제를 거론한 데 대해 의아해 하면서 결코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전교조 송원재 대변인은 “주한 미국대사관이 반전 공동수업 자료집에 대해 한국 정부에 항의하는 바람에 노 대통령이 방미 전 유화 제스처를 보였다는 소문이 있다”며 “그러나 교단 갈등을 치유해야 할 시점에 대통령까지 나서 있지도 않은 반미교육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