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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만 교수는 누구인가]與의원까지 "이념편향" 문제삼아

입력 | 2003-04-23 18:43:00

22일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서동만 상지대 교수가 청문위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자신


22일 고영구(高泳耉)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 증인자격으로 나와 여야 의원들의 집중적인 공세를 받은 서동만(徐東晩·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상지대 교수가 관심의 초점으로 부상했다.

특히 국회 정보위가 23일 채택한 경과보고서에서 “서 교수는 국정원의 정무직 공무원으로서 자질이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제시함에 따라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으로 내정된 서 교수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게다가 여야가 참여정부 출범 후 특정인에 대한 인사를 놓고 한목소리로 부적합하다고 지적한 것도 처음이다.

▽서동만은 ‘너무’ 진보적인가=서 교수는 정부와 학계에서는 이미 남북 문제와 관련해 진보적 소장학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가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것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의 인수위원회에 외교통일안보 분과 위원으로 들어가면서부터다.

각종 저술과 언론활동을 보면 그의 대북관은 ‘햇볕정책’의 ‘숭배론자’에 가깝다.

서 교수는 작년 7월 ‘2003년 북-미관계와 대북정책’ 미래전략포럼에서 “햇볕정책이 실패했다고 하기엔 아직 이르다. 중요한 건 생각했던 것만큼 실천하지 못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특히 국내 정쟁에 얽히면서 보수층에서 퍼주기라고 주장한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해교전에 대해서도 “서해교전이 군사적으로는 계획된 선제공격이지만 정치적으로는 우발적인 북한의 실수라고 본다”고 말했다.

통일방안과 반국가단체에 대한 그의 시각은 ‘남북정상회담과 통일운동의 대응’이라는 논문에 잘 나타나 있다.

그는 논문에서 “남북이 (정상회담을 통해) 서로 통일 방안에서 논의의 접점을 찾았다는 것은 북한 통일방안만의 일방적인 수정을 뜻하지는 않는다. 한국의 국가연합 단계도 공화국(북한)의 연방제에 접근하고 있음을 인정한 셈이다. 남측도 통일 이전의 국가연합 단계를 넘어서 또 하나의 단계로서 연방제 통일방안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여지가 생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를 바라보는 시각은 부정적이고 공격적이다.

그는 지난해 2월 미래전략연구원에서 펴낸 ‘부시발언과 남북관계’라는 논문에서 “부시 정부는 테러문제를 대량살상무기 문제와 결합시킴으로써 사태 해결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북한은 2000년 10월 북-미 공동코뮈니케에서 미국과 함께 테러 중지를 선언했고 90년대 이후 국제적 테러조직에 지원을 한 증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은 테러 문제로 북한을 비난할 근거를 찾기 어렵게 되자 북한의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문제를 반테러 전쟁과 결합시키고 있는데 이는 전혀 성격이 다른 두가지 사안을 뭉뚱그리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왜 여당도 비토했나=인사청문회에서는 한나라당 의원 외에도 민주당의 천용택(千容宅) 함승희(咸承熙) 박상천(朴相千) 의원까지 나서 일제히 서 교수의 사상적 ‘편향성’을 문제 삼았다.

군 출신으로 국정원장을 지낸 천 의원과 법무장관을 지낸 박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보수’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정보위 소속의 한 민주당 의원은 또 “서 교수가 앞으로도 논란이 되면 여권에도 큰 부담이다. 국정원장 후보자의 경우 전문성보다 개혁성을 강조한 인사라면 실무간부는 전문성을 갖고 내부를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원 관계자들도 “이념 성향보다도 정보기관의 업무와 공직사회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외부인사가 핵심요직을 맡으면 정보기관으로서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없다는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고 내부 기류를 전했다.

반론도 있다. 서 교수의 외교안보연구원 시절의 한 동료는 “과거 학생운동을 했던 데다 일본에서 유학할 때 북한 전문가이자 진보적 성향의 와다 하루키(和田春樹)를 사사하다 보니 이런 이미지들이 겹쳐 친북 좌파로 분류됐다”며 “실제론 훨씬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사람이며 섣불리 행동하는 스타일은 아니다”고 말했다.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