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새로운 4번타자 이병규(29·사진)가 ‘신바람 야구’를 이어가고 있다.
97년 입단, 7시즌 째 LG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 중인 이병규는 항상 밝은 웃음의 소유자. 아무리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타석에 들어서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자기 최면을 건다. 경기 전 연습타격 때도 시끄러워서 핀잔을 받을 정도.
그런 그가 실전에서도 즐거운 야구를 구사해 이광환 신임감독의 입이 귀에 걸렸다. 이병규는 23일 ‘한지붕 두가족’ 두산과의 경기에서 결승타를 포함 5타수 4안타의 맹타를 휘둘렀다. 타율 0.370(5위)에 최다안타(20개)와 타점(12개)에서 각각 3위의 성적.
데뷔 이래 1번과 2번만을 쳐온 이병규에게 올 시즌 4번 자리를 맡긴 것은 이광환 감독에겐 일종의 모험.
이 감독은 지난 시즌 4번을 맡았던 마르티네스보다 이병규의 야구센스가 더 높다고 평가한 것. 하지만 이병규가 장거리포가 아닌데다가 도루 욕심이 지나치고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점 때문에 야구전문가들은 그를 4번타자로 기용하는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런 주위의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이병규는 최근 팀이 승리한 3경기에서 모두 결승타점을 날렸다. 아직 부족한 면은 2개 밖에 때려내지 못한 홈런.
그러나 이 감독은 "잠실구장에서 30홈런-30도루 클럽(99시즌)에 가입한 유일한 선수가이병규"라면서 "다른 팀에 있었더라면 이승엽과 홈런왕을 다툴 정도로 장타력도 뛰어나다"고 두둔했다. 실제로 잠실이 홈인 LG와 두산에서 그보다 더 많은 홈런을 때린 선수는 두산 용병 쿨바(3개)밖에 없다.
이병규 자신은 어떻게 생각할까?
“팬에게 죄송하네요, 시원한 홈런을 못 보여줘서…, 하지만 꼭 홈런을 쳐야 4번 타자인가요. 알맹이(타점)가 많으면 되지.”
이광환 감독이 이병규를 높이 사는 또 다른 이유는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해 어느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 23일 경기에서도 2회 도루를 하다가 왼쪽 어깨를 다쳐 치료를 받았지만 7회 타석에서 결승타를 날렸다.
단국대 1년 때 잠깐 1루수로 뛴 이후엔 줄곧 외야수였던 이병규는 올 시즌 서용빈의 군입대로 구멍이 생긴 1루수로도 이따금 출전한다. 23일 경기에서도 처음엔 중견수로 나왔다가 2회부터 1루수로 자리를 바꿨다. 서용빈 대신 1루를 맡을 예정이던 최동수가 타격부진에 빠졌기 때문이다.
이병규는 “4번타자보다 1루수 하기가 어렵다. 특히 땅볼 잡기가 힘들다. 파울 타구도 높이 뜬 것은 (유)지현이 형이 잡기로 돼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이병규는 15경기에서 실책이 아직 없다. 시즌 직전 4강을 자신했던 이광환 감독의 ‘자율 야구’가 목표를 달성한다면 그 한 가운데 ‘신참 4번타자’ 이병규가 있다.
전창기자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