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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8월의저편 302…명멸(明滅) (8)

입력 | 2003-04-25 17:57:00


‘조·대의 우승 확실-2위 관동과 차 6분30초.’

조선 대만군은 한때 관동에 밀려 관동이 우승에 육박하는 것으로 여겨졌으나 예의 구니모토군의 초인적인 활약으로 관동을 따돌렸다. 라케나모, 가네다, 구니모토 세 선수가 구간 최고 기록을 보이며 여전히 강호로서의 실력을 발휘했는데 특히 구니모토군의 활약상은 만주의 세구치군과 나란히 본 경주의 쌍벽을 이루었다.

‘낙오자 없는 감투(敢鬪)-미야자키 우네비간 역전 경주 총평.’ 이번 경주는 최고령 40세에서 17세 젊은 선수까지 참가하여 매우 흥미로웠는데, 젊은 선수보다 오히려 30세 전후의 선수가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었다. 이는 명백하게 경주의 오랜 경험에서 온 결과임을 말해줄 뿐만 아니라 장거리 경주가 얼마나 힘들고 고된 일이며 오랜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인지를 뒷받침해 준다.

아이들에게 줄 선물은 역전의 종점인 나라현에서 샀다. 열다섯 살 난 남동생에게는 메리야스 운동복 일곱 살 난 아들에게는 종이 사슴 장난감 열 살 난 딸에게는 쥘부채 세 살 난 딸에게는 요시노 인형 아내가 아닌 여자가 낳은 돌 지난 아들에게는 개구리 방울 또 다른 여자가 낳은 7개월 된 아들에게는 큰 북 배낭에는 다 들어가지 않아 고리짝에 담아 소포로 부치고 시모노세키항에서 사쓰마마루(薩摩丸)를 타고 출렁 출렁 부산역에서 희망호를 타고 칙칙폭폭 칙칙폭폭 세 여자를 위해서는 아무 것도 사지 않았다 여자들은 화장품이나 장신구를 갖고 싶은 것이 아닐 테니까 그 여자는 변화를 바라고 있다 또 다른 여자는 변화가 없기를 바라고 있다 아내는 변화가 없기를 바랄까? 아니면 변화를? 필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때로 돌아가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리다 죽어버린 여동생과 아버지와 딸을 이 세상으로 되찾아올 수 없고 태어난 두 아들을 두 여자의 태내로 되돌릴 수 없다 이미 일어난 일을 일어나지 않은 일로 할 수는 없다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아무리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라도 자기 안에 받아들일 수 없으면 자기 밖에 껴안고 짊어지고 질질 끌면서 어떻게든 영차 죽을 때까지 영차 영차 영차 나는? 내가 바라는 것은 무언가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끝내는 것이다 모든 것을 끝내고 아무 것도 시작하지 않는 것 또한 변화이리라

글 유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