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24·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 ‘물 방망이’ 때문에 잘 던지고도 다시 패전의 멍에를 썼다. 그러나 빼어난 투구는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로 인정받기에 충분했다.
25일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애리조나-몬트리올 엑스포스전. 김병현은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삼진 5개를 잡아내며 3피안타(홈런 1개 포함) 4사구 3개 1실점의 빛나는 투구를 했으나 타선의 침묵으로 0-1로 져 패전투수가 됐다. 시즌 (1승) 4패째. 그러나 평균자책은 3.75에서 3.19로 낮아졌다.
“김병현은 최고의 투구를 했다. 그에게서 어떤 문제점도 발견할 수 없었다”는 밥 브렌리 감독의 말처럼 이날 김병현은 환상적인 투구를 했다. 공 105개를 던져 이 중 68개가 스트라이크. 특히 5회까지는 안타 1개를 제외한 타구가 모두 내야 땅볼이었고 6회까지 4사구를 하나도 내주지 않았다.
오른 발목 부상이 완쾌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김병현은 잠수함 투수로서는 빠른 편인 최고 시속 146㎞의 직구와 뚝 떨어지는 싱커, 체인지업, 떠오르는 커브(업슛)로 몬트리올 타선을 요리했다.
김병현은 7회 선두타자 블라디미르 게레로에게 솔로홈런을 맞은 뒤 잠시 흔들렸다. 2사 후 제구력 난조 속에 연속 볼넷과 몸에 맞는 공으로 만루 위기를 자초한 것. 그러나 김병현은 대타 윌 코데로를 내야땅볼로 유도해 추가실점을 막고 8회말 마이크 마이어스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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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현 몬트리올전 경기상보
애리조나는 1회 2사3루, 2회 2사1, 3루, 4회 1사1, 3루의 득점기회를 후속타 불발로 날려버렸다.
김병현은 비록 패전투수가 되긴 했지만 15일 콜로라도전부터 3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해 ‘불안한 선발’이 아닌 ‘정상급 선발’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김병현 몬드리올전 투구 내용타순타자1회2회3회4회5회6회 7회①차베스삼진 一땅 좌비 ②비드로二땅 유실 좌비 ③게레로유땅 유땅병살 좌홈④리퍼 삼진 二땅 삼진⑤카브레라 좌안 투땅 三비⑥윌커슨 一땅 二땅 볼넷⑦마시아스 二땅 一땅 볼넷
⑧슈나이더 삼진 삼진사구⑨바스케스 투땅 중안 코데로 유땅앞은 수비위치, 뒤는 타구상황 (비=뜬공 땅=땅볼 안=안타 실=실책 사구=몸에 맞는 볼 홈=홈런)
전 창기자 jeon@donga.com
●‘물방망이 애리조나’…득점 내셔널리그 꼴찌 은퇴앞둔 주전들 허덕
애리조나는 물 방망이. 무기력한 타력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해묵은 아킬레스건이지만 월드시리즈 우승컵을 안은 2001년과 지구 우승을 차지한 지난해만 해도 올해보다는 훨씬 나았다.
대포는 없지만 토니 워맥, 크레이그 카운셀, 주니어 스파이비, 루이스 곤살레스로 이어지는 상위타선은 2년 연속 팀타율 0.267의 속사포를 이끌며 그나마 체면을 지켰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곤살레스만 3할 타율(0.345)을 유지하고 있을 뿐 워맥(0.203), 카운셀(0.246), 스파이비(0.193)는 하나같이 맥을 못 추고 있다. 22경기를 치르는 동안 1번 타자가 거둔 성적은 타율 0.215에 14득점. 2번은 0.235에 6득점, 3번은 0.256에 15타점에 머물렀다. 그나마 4번이 타율 0.296을 기록 중이지만 타점은 6개뿐.
얼마나 선두 타선이 찬스를 못 만들고 중심 타선이 받쳐주지 못했는지가 단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애리조나는 올 시즌 내셔널리그 16개팀 중 득점 꼴찌(74개),
98년 창단한 신생팀 애리조나는 역사상 가장 짧은 4년 만에 우승했지만 선수단을 급조하는 과정에서 각종 부작용을 낳았다. 주전 선수는 은퇴를 눈앞에 둔 30, 40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고 에루비엘 두라조 같은 신진 거포는 투수진 보강을 위해 눈물을 머금고 트레이드해야 했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