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치료의 세계적 권위자인 노성훈 교수가 환자에게 진단결과를 설명해주고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일반외과 노성훈 교수(49)는 ‘삼무삼다(三無三多)’의 교수로 통한다.
첫째, 그는 수술 때 메스(수술칼)를 쓰지 않는다. 다른 의사들은 메스로 암 부위를 절제하고 출혈 부위를 지져 지혈하는 목적으로 전기소작기를 제한적으로 사용하지만 노 교수는 자르고 지지는 전 과정을 전기소작기로 해결한다. 노 교수가 전기소작기를 다루는 손놀림은 환상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수술 시간이 기존 4시간에서 2시간으로 줄어들었고 출혈이 적기 때문에 환자의 5%만이 수혈을 받는다. 수술 시간이 짧아 마취제를 덜 쓰게 되고 체액 증발과 육체적 스트레스도 적어 환자의 후유증이 적은 것이 장점.
둘째, 그의 환자들은 병원에서 콧줄을 달고 다니지 않는다. 위암 수술 환자들은 수술 부위의 분비액과 가스가 빠져나가도록 코로 넣어 수술 부위까지 연결되는 콧줄을 달아야 하는데 이는 환자들에게 엄청나게 괴로운 일. 노 교수는 2002년부터 수술 전에 주사로 가스를 간단히 빼내고 콧줄을 달지 않고 있다.
셋째, 노 교수는 수술 부위에 염증이 생겼을 때 고름을 배출하려고 환자의 배에 넣는 심지도 쓰지 않는다.
노 교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무엇이 불편한지를 묻고 또 물어 연구 끝에 세 가지가 없는 수술법을 개발했다.
그는 이밖에도 척추에 꽂은 튜브를 통해 환자가 마취제를 자동으로 넣을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다. 또 환자의 암세포가 간이나 복막으로 전이됐을 때 다른 의사들은 흔히 치료를 포기하지만 노 교수는 이 부위의 암세포까지 도려낸 다음 뜨거운 생리식염수와 항암제를 복강 내에 순환시키는 치료법으로 생명을 연장시키고 있다. 이런 시도들은 처음엔 반박을 받았지만 최근 대한위암학회의 설문 조사 결과 상당수 의사들이 따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점 때문에 환자가 몰려들어 한해 600여명을 수술해 이 부문 세계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논문 발표도 기록적이다. 노 교수팀은 2001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4회 국제위암학회에서 13편의 논문을 발표한데 이어 올 5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개최되는 5회 학회에서도 무려 18편의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에게는 ‘한 수 가르침’을 부탁하는 사람도 많다.
한때 노 교수의 스승이었던 일본 국립 시즈오카 암센터의 요네무라 부원장은 99년 노 교수가 하루에 4명을 연속해 수술하는 것을 직접 보고 제자들을 한 달씩 한국에 보내 수술법을 배우게 하고 있다.
일본 가고시마대병원 아이코 박사는 노 교수의 환자가 수술 다음날 걸어다니고 1주일 만에 퇴원하는 것을 보고 “믿을 수 없다. 기적이다”고 경탄하고 초청 강연을 거듭 요청하고 있다. 이밖에 3평 남짓한 그의 연구실에서는 미국과 중국에서 찾아온 전임의들이 스승 옆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노 교수에 대해 같은 병원 국제진료소의 미국인 인요한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한국인 의사의 손놀림은 미국 의사보다 훨씬 뛰어난데 특히 노 교수는 수술 때 손이 보이지 않고 수술 마무리도 완벽합니다. 게다가 남자답고 친절하기까지 합니다. 집안도 좋으니 모든 것을 갖췄다고나 할까요.”
그의 친가는 엔지니어 가문. 선친은 장항제련소 소장을 지냈고 금속산업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고 노명식 박사다. 장인은 학계의 원로인 연세대 이우주 전 총장(86). 처남은 연세대 신경과 이병인, 산부인과 이병석 교수로 둘 다 명의로 꼽힌다. 노 교수는 현재 장인을 모시고 살고 있다.
노 교수는 위암은 완치가 가능한 암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조기 위암은 대부분 완치할 수 있으며 3기초도 60%, 3기말도 35% 완치되며 심지어 4기도 14%는 5년 이상 살 수 있으므로 암이 진행됐더라도 절대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아직도 암 진단을 받으면 곧바로 병원 치료를 포기하고 민간요법에 의존하면서 몸을 망치는 사람이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한국인의 위암 조기 진단률은 일본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면서 “40대 이상은 1, 2년에 한번은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하며 20, 30대도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 안되며 식욕이 떨어지거나 가족력이 있으면 정기적으로 검사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위 질환자 중 15∼20%는 아무런 증세가 없는 데다 위는 간, 식도, 이자 등과 관계가 깊어 다른 질환과 증세가 비슷한 경우도 있으므로 정기적 검사가 필수라는 것이다.
노 교수는 위암이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생기고 위암의 종류도 여러 가지여서 예방법을 딱 부러지게 말할 수는 없지만 음식을 규칙적으로 적게 골고루 먹고 짠 음식이나 불에 탄 음식, 매운 음식을 덜 먹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소개했다. 특히 짠 음식이 해로우며 금연, 절주와 낙관적인 사고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그는 말했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위질환 분야의 명의들▼
▽송인성(57)=‘위 박사’로 유명하며 현재 노무현 대통령의 주치의를 맡고 있다. 변비 환자에게 이온수를 이용해 장을 청소하는 새 치료법을 개발했다. 국내에서 헬리코박터균이 위염과 위궤양의 원인 가운데 70% 이상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동아제약과 공동으로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인 항염증제 유파티린을 개발했다. 서울대병원의 불우환자 후원 모임인 함춘후원회장을 역임했다.
▽정현채(48)=헬리코박터균 연구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다. 1996년과 1998년 대한내과학회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90년대 초 김진복 교수(현 백중앙의료원장)와 함께 조기 위암의 내시경 및 복강경 치료를 시작했고 내시경 치료 영역을 식도 협착증 등의 영역까지 넓히고 있다. 서울대병원 병원보에 자신이 그림을 그리고 중학생 딸이 색칠한 만평을 연재하고 있다.
▽현진해(63)=2000년 위 질환 부문의 베스트닥터로 선정됐다. 국내에 소화기내시경 치료를 뿌리내린 주인공이다. 특히 1992년 교과서에도 치료방법이 없다는 위 정맥류에 내시경 치료법을 도입해 90% 이상의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 소화관 협착증, 위 점막하 종양, 일부 조기 위암 등의 치료에도 내시경을 이용했다. 지난해에는 캡슐 내시경을 도입했다. 국내외에 발표한 논문은 무려 350여 편. 고려대의료원장을 역임했다.
▽민영일(62)=1970년대 초 일본에서 내시경 진단법을 배워와 보급시켰다. 특히 평소 아무런 증세를 느끼지 못하는 위암환자의 40% 정도를 내시경으로 족집게처럼 진단해내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회장, 대한소화기운동학회 회장, 대한헬리코박터 연구회 회장, 대한췌담도연구회 회장, 대한건강증진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하였으며 영어 뿐 아니라 일어, 중국어 등 외국어에도 능통하다.
▽이상인(56)=소화관운동질환의 최고 권위자로 소화기 내시경 치료에서도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1999년 국내 의사를 위해 ‘소화관운동질환’이란 책을 발간했다. 현재 대한소화관운동학회 회장과 대한소화기학회 차기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1998년 연세대 의대 졸업생이 뽑은 올해의 교수상을 받았다.
▽양한광(43)=매년 300명 이상의 위암 환자를 수술할 정도로 왕성한 진료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조기 위암에서 복강경을 이용한 축소수술을 도입하여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위암의 병기별 적정 치료법에 대한 표준을 마련하고 있으며 위암의 분자생물학적 연구에도 힘을 쏟고 있다. 대한위암학회 이사, 세계소화기외과학회 집행위원, 국제유전성위암공동연구체 한국대표 등을 맡고 있다.
▽김병식(46)=자상한 진료와 명쾌한 진단으로 환자들이 매우 좋아한다. 특히 진행성 위암에서의 복막 전이의 진단 및 치료에 관한 연구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복막 전이는 위암의 전이형태 중 가장 흔한 것이며 아직까지는 수술이나 항암화학요법 등으로 치료하기 까다롭다. 1993년부터 복강 내에 직접 항암제를 투여하는 ‘복강내 화학요법’을, 1996년부터는 이 치료법에 온열요법을 병행하는 ‘복강내 온열화학요법’을 시행하고 있다.
▽윤충(60)=위암 수술시 환자의 상태에 따라 수술하는 ‘위암 맞춤 수술’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위암 환자 5000여명을 수술하면서 내시경과 복강경을 이용한 최신 시술과 전통적인 개복수술에 이르기까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수술의 종류와 범위를 다양하게 선택하여 완치율 및 수술 후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수술 후 환자의 상태가 불안하면 밤새 병실을 지키며 관찰하는 등 참의료 실현에도 앞장서고 있다. 경희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목영재(49)=현재 대한위암학회 상임이사 겸 총무위원장?막?있으며 학회 살림을 꾸려나가고 있다. 2001년부터는 국제위암학회 집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위암의 림프절 절제술에 특히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수술실에서는 수술은 물론 전공의, 간호사에 대한 현장교육에도 많은 열의를 보이고 있다. 특히 모든 입원환자의 신상명세와 치료계획을 일일이 수첩에 기록해 다니면서 보호자에게 스케줄을 확인시켜주는 등 환자 및 보호자들에게 설명을 잘 해주는 의사로 유명하다. 고려대 구로병원 응급의학과 과장도 겸임하고 있다.
▼어떻게 뽑았나▼
위장 질환 부문의 베스트 닥터로 내과에서는 서울대병원 송인성 교수, 외과에서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노성훈 교수가 선정됐다.
이는 전국 17개 대학병원의 소화기내과 및 일반외과 교수 87명에게 △자신의 가족이 위장 질환이 있으면 맡기고 싶고 △최근 3년 동안 진료 및 연구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의사를 5명?추천받아 집계한 결과다.
이번 조사에서는 이 분야의 ‘세대 교체’가 뚜렷이 감지됐다.
2000년 동아일보의 베스트 닥터에서 1위를 차지했던 고려대 안암병원 현진해 교수(내과)와 인제대 서울백병원 김진복 교수(일반외과)가 후배들에게 1위 자리를 물려줬고 대신 40대인 노성훈 교수와 서울대병원 양한광, 서울아산병원 김병식, 고려대 구로병원 목영재(이상 일반외과), 서울대병원 정현채 교수(소화기내과) 등이 약진했다. 특히 올 43세인 양한광 교수는 장인인 김진복 교수의 뒤를 이어 이 분야 ‘최고수’의 대열에 합류해 ‘장인-사위 간 배턴 체인지’가 이뤄지고 있었다.
위 질환 분야 베스트 닥터과이름소 속세부 전공소화기내과송인성서울대위장 및 대장질환정현채〃위장 및 대장질환현진해고려대 안암소화기내시경민영일울산대 서울아산위장관질환이상인연세대 영동세브란스소화관운동질환, 위암정인식가톨릭대 강남성모위장관질환장영운경희대위암, 식도질환, 헬리코박터함기백아주대위암의 내과적 치료심찬섭순천향대소화기 질환정현용충남대소화기 질환최명규가톨릭대 강남성모소화기 질환설상영인제대 부산백소화기 질환김진호울산대 서울아산위장관 질환김학량한림대 강동성심소화기궤양, 위암유종선전남대소화기내시경이종철성균관대 삼성서울위장관 질환정훈용울산대 서울아산위장관질환전훈재고려대 안암위질환, 헬리코박터박인서일산위암김재준성균관대 삼성서울위암, 내시경치료일반외과노성훈연세대 세브란스위장관 수술양한광서울대위장관 수술김병식울산대 서울아산위암 수술윤 충경희대위장외과, 대장항문외과목영재고려대 구로위암 수술유완식경북대위암 수술권성준한양대위암 수술김진복인제대 서울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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