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게 주가다. 오를 때는 지금 못 사면 영영 못 살 것처럼 싸보이던 주가도 하락세로 돌아서 며칠 동안 계속 떨어지면 매우 비싸게 여겨진다. 옷이나 구두 같은 물건은 정가보다 높게 팔면 아무도 안 사지만 40∼50% 할인해 팔면 사려는 사람이 북적대는 것과 정반대다.
주가가 다른 물건값과 다른 움직임을 나타내는 것은 주가가 사람의 군중심리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처음엔 그럴듯한 이유가 있어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하지만 며칠 뒤에는 주가하락이 불안감을 부채질해 주가를 더 끌어내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620선까지 올랐던 종합주가가 560대로 급락하자 증시는 추가 하락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다. 주가를 끌어올릴 호재는 가뭄에 콩 나듯 찾아보기 힘들고 악재만 꼬리를 잇기 때문.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북한 핵, 노사문제, 정국 갈등 같은 장외 악재. 외국인의 5일 동안 3841억원 순매도(2∼4월엔 2조1097억원), 프로그램 차익매수 잔고 1조원, 나흘간 고객예탁금 5295억원 감소 등의 수급불안. 반도체가격 부진, 미국의 1·4분기 경제성장률 1.6%(당초 예상 2.3%보다 밑돌아), 원화가치 하락 등의 펀더멘털에 대한 불안. SK글로벌 분식회계와 신용카드 채권 문제로 야기된 신용경색 등….
손꼽을 수 없을 정도로 악재가 많다 보니 호재는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국제원유가가 5개월 만에 최저(서부텍사스중질유 기준)로 떨어졌고, 미국의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가 4월 86으로 3월(77.6)보다 훨씬 높아졌으며, 상장·등록기업들이 주가 안정을 위해 자사주 매입을 늘리고 있다는 사실은 묻혀 있다.
부자들은 물건을 살 때 세번 생각한다고 한다. 사겠다고 마음먹은 물건이 꼭 필요한지와 그것을 안 사고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없는지, 그 물건을 더 싸게 살 수 있는 곳은 없는지를 꼭 챙긴다는 것.
주식투자도 물건 사기와 비슷하다. 사고 싶은 주식이 있으면 3일쯤은 검토하고 숙고하기를 권한다. 그러는 동안 주가가 너무 올라갔으면 포기하고 다음을 기약하면 된다. 주식투자는 애인을 만나 결혼할 때처럼 신중하게 해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
홍찬선 기자 h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