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옥씨가 자신이 만든 골무 실패 보자기 복주머니 등 전통적인 각종 규방공예품을 선보이고 있다. -용인=남경현기자
“우리의 규방공예(閨房工藝)에는 서양 퀼트보다 전통과 멋이 더욱 흠뻑 배어나옵니다.”
경기 용인시 농업기술센터 최명옥 생활지도사(40·여)는 2001년부터 주부들을 대상으로 우리 전통의 규방공예를 전수하고 있다.
첫해 15명으로 시작한 규방공예반이 올해는 45명으로 늘었다. 규방공예는 바느질로 골무에서부터 실패 바늘방석 복주머니 도장집 안경집 조각보 등 주머니와 보자기 소품들을 만드는 것.
천 조각의 경우 2㎝ 이상이면 모두 활용할 수 있고 면직물을 주로 이용하는 퀼트와는 달리 견직물을 쓰기 때문에 재료비가 싼 것도 규방공예의 장점이다.
최씨는 “색색의 작은 조각천이 모여 한 장의 커다란 조각보가 탄생하는 것을 보면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이 새삼 피부에 와 닿는다”고 말했다.
기계가 아닌 손으로 만드는 것으로 바느질 등 기초만 익히면 응용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간단한 복주머니는 1시간이면 제작이 가능하고 몇 달 걸리는 대형 조각보를 만들 수도 있다.
어릴 적부터 친정어머니의 바느질 솜씨를 보고 자란 최씨가 본격적으로 규방공예를 배우기 시작한 것은 1995년. 용인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전통요리 전시회가 열렸을 때 요리를 덮을 형형색색의 보자기 등을 직접 만든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규방공예에 빠져든 그는 서울의 박물관과 종로구 인사동 거리를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하고 관련 서적을 모으며 독학에 나섰다.
그는 2001년 문화관광부 주최 전국 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동서양의 만남을 주제로 허브향을 집어넣은 향낭(香囊·향주머니)을 출품해 입선하기도 했다.
지난해 수강생 교육용으로 150쪽 분량의 ‘규방공예’라는 제목의 책까지 펴냈다. 올해는 자신과 그동안 자신에게 배운 회원들의 작품을 모아 연말에 전시회도 가질 예정이다.
그의 이런 노력이 점차 알려지면서 농촌진흥청은 올해부터 규방공예를 시범사업으로 선정해 전국 24개 시군에 1000만원씩의 보조금을 지원하며 널리 전수하는 데 나섰다.
규방공예는 이처럼 한국의 뛰어난 규방문화이지만 대학 사회교육원이나 언론사 문화센터 등에만 강좌가 개설돼 있을 뿐 아직 대중화와는 거리가 먼 실정.
최씨는 규방공예가 오히려 일본에서 ‘코리안 패치워크(Korean Patchwork)’라는 이름으로 인기 끌고 있는 것을 아쉬워한다.
그는 “전통 한복지가 주재료인 규방공예를 세계적으로 알린다면 침체된 우리나라 직물산업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다보면 마음이 차분해져 정신수양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용인=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