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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화제]격투기 최강전 혈전의 현장을 가다

입력 | 2003-04-28 11:16:00

이은수(왼쪽) 선수 vs 이면주 선수의 결승전 장면. 서로 유리한 공격자세를 잡으려 치열한 몸싸움을 하고 있다.


26일 서울 장충체육관.

지름 8m의 8각 링안에 두명의 사내가 있다.이면주와 이은수.

국내 실전 격투기의 최고수를 가리는 이종(異種)격투기 대회 ‘스피릿MC’ 초대 챔피언을 다툴 무림의 두 고수 다.

큰 키(187cm)에 비해 다소 마른 몸매(87kg)의 이면주(26)는 태국 전통무예 ‘무에타이’의 전사. 착한 옆집 학생같은 수더분한 인상. 하지만 탄탄한 다리근육에서 나오는 강력한 무릎공격에 내로라 하는 고수들이 줄줄이 무릎을 꿇었다.

혈전! 격투기 최강전① ②
혈전! 격투기 최강전 ① ②

‘깍두기’를 연상시키는 빡빡 민 머리에 강렬한 눈빛.21살의 ‘젊은 피’ 이은수는 레슬링과 킥복싱의 혼합 파이터다. 185cm 105kg의 강한 체력을 앞세운 파워넘치는 공격은 준결승전에서 국내 이종격투기의 최강자로 이번대회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김종왕(32)을 들것에 실려나가게 만들었다.

드디어 1라운드 시작을 알리는 공이 울렸다.

발 디딜 틈도 없이 장충체육관을 가득 메운 6천여 관중들은 ‘피가 튀고 뼈가 꺾이는’격렬한 싸움을 기대하며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의 대진표를 볼 수 있습니다.

짧은 탐색전. 육중한 몸매의 이은수가 비호처럼 몸을 날려 이면주를 링 바닥에 쓰러뜨렸다. 허리를 타고 앉아 속사포 처럼 빠르게 펀치를 날렸다. 밑에 깔린 이면주의 얼굴에 선혈이 낭자하다.‘과연 1라운드를 버틸 수 있을까? ’ 하는 의문이 들 즈음 공이 울렸다. 1라운드 10분은 밋밋한 8강전과 맥빠진 4강전에 실망을 감추지 못하던 관중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잠깐의 휴식을 취한뒤 2라운드에 돌입했다.

시작과 함께 이면주의 발 공격이 활기를 띤다. 이면주의 강력한 오른발 공격이 이은수의 왼쪽 종아리를 강타했다. 중심을 잃고 휘청대는 이은수. 떨어져선 승산이 없다고 판단 한 듯 이은수가 물불을 안 가리고 달려들어 이면주를 끌어 안았다. 하지만 화려한 무에타이 기술로 무장한 이면주의 날카로운 양쪽 무릎공격이 이은수의 허벅지와 허리를 쉴새없이 파고들었다. 이면주의 파상공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이은수가 뒤로 쓰러졌다.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됐다. 이면주의 주먹과 팔꿈치가격에 이은수의 코에서 피가 흘렀다. 복부도 붉게 물들었다. 하얀천으로 덮인 링 바닦도 조금씩 검 붉게 변해 갔다.관중들의 열기 또한 한층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때리다 지친 것일까. 이면주의 주먹이 잠잠하다. 심판이 두 선수를 일으켜 세운다. 다시 경기 재개. 몇차례 주먹이 오가다 이은수가 또다시 파고들어 이면주를 링 바닦에 넘어뜨렸다. 조금전 일방적으로 얻어맞은 것을 분풀이 하듯 주먹세례를 퍼붓지만 상대를 굴복 시키기엔 역부족. 2라운드 종료를 알리는 공이 울렸다.

이제 승부는 연장전으로 넘어갔다. 연장전은 한 명이 항복할때 까지 5분씩 무제한 지속된다.

연장 1라운드.

2라운드에서 혼쭐이 난 이은수가 체력적인 부담때문인지 가쁜 숨을 몰아쉰다. 이면주도 지치긴 마찬가지. 하지만 몸놀림은 이은수에 비해 한결 가볍다. 종료 1분 30초전. 이면주의 전광석화 같은 발차기에 이은 무릎차기가 적중했다. 강타를 잇달아 허용한 이은수가 순간적으로 방향을 잃고 넘어졌다. 승기를 잡은 이면주. 양 다리를 허리에 끼고 거세게 저항하는 이은수의 안면에 이면주의 주먹이 연신 날아든다.하지만 이은수는 결코 항복을 선언하지 않았다. 종료를 울리는 공이 울렸다.

이은수(아래) 선수 vs 이면주 선수의 결승전 장면. 이면주 선수가 이은수 선수를 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