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부동산 전문가들이 내놓은 시장 전망은 ‘안정’과 ‘침체’로 요약됐다. 1999년 이후 시작된 가격 상승세가 막바지에 달한데다 주택 공급량이 늘었고 정부의 안정대책이 먹혀들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적어도 3월까지는 이 같은 전망이 설득력을 얻었다. 하지만 4월부터는 상황이 반전됐다.
재건축 아파트를 필두로 한 가격 상승세가 무서운 기세로 되살아났다. 4월 셋째 주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률은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서울의 재건축 추진 아파트값은 평당 2000만원을 넘어섰다.
정부가 18일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은 뒤 비로소 진정기미를 보였지만 아직도 불안요소가 잠복해 있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도 올해 하반기 부동산 시장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부동산개발회사인 신영의 정춘보 사장은 “하반기 집값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며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전망의 배경은 공급량 부족. 재건축 규제가 강화되고 경기지역 준농림지 개발이 묶이게 되면 결국 새 아파트 감소로 이어져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김우진 주거환경연구원 원장도 마찬가지. 김 원장은 “지금 부동산 시장은 몇몇 ‘큰손’보다는 1억∼2억원의 여윳돈을 가진 중산층들이 주도하고 있다”며 “부동산을 대체할 만한 투자상품이 없는 상태가 계속되는 한 가격 상승 압력은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큰 폭의 가격 상승은 없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는 전문가도 있다. 경기가 침체돼 있고 집값이 너무 많이 올라 있어 추가 상승은 어렵다는 것이다.
장영일 영조건설 사장은 “큰 틀에서 보면 현재의 부동산 시장은 안정기에 막 접어들었기 때문에 시중 여유자금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가격을 밀어올리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사장도 “이사철이면 으레 값이 오르는 수준에서 반짝 상승할 뿐 전반적으로는 약보합세에 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럼에도 이들 전문가는 집값을 불안하게 만드는 공급 부족과 규제 강화, 대체 투자처 부재(不在)라는 3대 요인을 경계해야 한다는 점에는 모두 동의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