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성형수술 결과에 불만을 가진 20대 여성 두 명이 인터넷 자살 사이트에서 만나 동반 자살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두 사람의 수술이 얼마나 잘못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감기나 골절 같은 보통의 질병은 의사의 전문적인 지식과 의술에 의존하고 치료 과정과 결과도 의사에게 맡기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나 미용 성형수술은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환자의 목적과 필요에 따라 수술 내용이 달라지고 같은 결과라 해도 개인의 기대치와 방향에 따라 평가가 완전히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성형수술 과정에서 환자의 뜻이 반드시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몇 년 전 모 대학 유명 교수에게 쌍꺼풀 수술을 받았음을 자랑스럽게 말한 한 부인은 내가 보기엔 쌍꺼풀이 부엉이 눈같이 크고 깊어서 큰일이었다. 그러나 그 부인이 이 모양을 원했고 유명 교수에게 수술 받았다는 자부심까지 느끼며 아주 만족스러워 했다. 이렇듯 성형수술은 다른 사람의 판단보다는 자신의 만족감이 훨씬 중요한 수술이다.
성형수술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우선 의사와 환자가 수술 후의 결과에 대해 미리 서로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불귀의 객이 된 두 분도 수술 후의 결과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가 부족했을지도 모르겠다.
둘째, 옷이라면 유행이 바뀌거나 마음이 바뀌면 벗어던지고 새로 사 입을 수 있다. 그러나 성형수술은 절대 그럴 수 없다. 그 결과를 운명처럼 여기고 살아가야 한다. 성형수술도 유행이 있다. 몇 년 전까지 버선코가 멋있다고들 했지만 이젠 강한 인상의 직선에 가까운 코를 원하는 분들이 많다. 또 40대에 짙은 눈썹문신을 했다가 나이 들어 머리카락은 하얗게 변했는데 눈썹만 숯처럼 검다고 찾아오는 분들도 가끔 있다. 이렇듯 유행은 변하고 얼굴도 변하며 자신의 마음도 바뀌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 그래서 후회하지 않을 결정을 해야 한다.
셋째, 친구가 코를 수술해 예뻐졌다고 해서 자신도 똑같은 효과를 얻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천만의 말씀’이다. 그 친구의 코와자신의 코가 얼굴에서 차지하는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성형수술 시의 착각은 금물이다. 이미지와 현실(결과)은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의 미디어학자 맥루한은 “미디어, 즉 언어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말은 전달하고자 하는 이미지만 표현하는 것이어서 현실, 즉 수술의 결과는 완전히 다를 수 있다.
이라크 전쟁에서 바그다드 함락 직전에도 이라크 공보장관 알 사하프는 자신에 찬 목소리로 “미군은 격퇴됐다.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라고 이야기했지만 그가 실제로 말하고자 했던 것은 이라크의 승전보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성형수술을 받기 전에는 막연한 기대가 용납되지만 수술 후의 결과는 막연한 기대나 환상이 용납되지 않는다. 그래서 한 원로 선배 의사는 “의사는 수술 전에 구름 위에서 꿈을 말할 수 있지만 환자는 수술 후 땅 위에 서서 현실에 부닥쳐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 비극적인 사건을 접하고 다시 한번 성형수술의 상담과 판단은 신중하고도 냉철하게 할 것을 부탁드린다. 아울러 우리 성형외과 의사들도 부족한 점은 없는지 반성해보게 된다.
진세훈 성형외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