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LG 이준영
성적은 재능이 아니라 노력 순인가. 삼성하우젠 2003K리그에서 신인과 만년 무명 선수들이 펄펄 날고 있다.
올 시즌 가장 주목을 끌고 있는 선수는 안양 LG의 이준영(21). 경희대 2년을 중퇴한 뒤프로무대에 뛰어든 이준영은 29일 현재 6경기에서 4골을 기록하며 득점랭킹 2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지난달 30일 전북 현대전에서 후반 교체로 투입돼 첫 골을 잡아냈을 때만 해도 ‘어쩌다 반짝하는 신인’ 정도로 간주됐다. 하지만 이준영은 지난 13일 데뷔 이래 처음 선발로 뛴 부산 아이콘스전에서 두 번째 골을 뽑아냈고 27일 울산 현대전에서 시즌 두 번째 선발 출장,2골을 터뜨리며 단숨에 신인왕 후보로 떠올랐다.
그동안 거론된 신인왕 후보는 ‘한국의 마라도나’ 최성국(울산)과 ‘차세대 스트라이커’ 정조국(안양) 등. 정조국에 대한 대대적인 ‘신인왕 마케팅’을 준비했던 소속팀 안양은 정조국 대신 이준영이 급부상하자 초점을 어디에 맞춰야 할지 행복한 고민 중.
이준영은 프로 입성도 극적이다. 대어급은 아니지만 팀의 기둥감은 될 것이라고 판단한 안양 조광래 감독이 86멕시코월드컵에서 함께 뛰었던 경희대 박창선 감독에게 ‘이준영을 내놓으라’고 강권하다시피 해 조기 입단을 성사시켰다.
1m78, 75kg으로 공격수치곤 왜소한 체격이지만 성격이 대담한데다 볼 키핑력과 수비수를 속이는 페인팅동작, 슈팅력이 좋아 스트라이커 재목으로 키워 볼만 하다는 게 조 감독의 평가. 팀 내 포지션은 오른쪽 공격형 미드필더.
긴 무명시절을 거친 상무의 한상구(27)는 지난해 군 입대 뒤 날개를 편 케이스.
충남대를 졸업한 99년 안양에 연봉 1200만원짜리 연습생으로 입단했지만 3시즌 동안 44경기에서 단 한개의 공격 포인트도 기록하지 못했다.
한상구는 27일 부천 SK전에서 20m와 30m 짜리 중거리포 두 방으로 그동안의 설움을 날려 버렸다.
대학시절 포워드였던 한상구는 안양에서는 수비수로 보직이 바뀌었으나 광주에서 공격수 자리를 되찾으며 잊혀져가던 ‘킬러 본능’을 되살리는데 성공했다.
이들과 함께 27일 경기에서 나란히 프로 데뷔 골로 대구 FC에 창단 첫 승을 안긴 윤주일과 홍순학도 올 시즌 ‘태풍의 눈’이 될 수 있는 ‘무서운 무명’들이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