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9일 오후 대통령 자문기구인 제2건국 범국민추진위원회(대표공동위원장 김상하·金相廈)의 자진 해체 건의를 수용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건국위 결과 보고회의’에서 “국민의 정부가 나중에 큰일을 한 것으로 평가받더라도 지금 그러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제2건국운동 역시 역사에 족적을 남기지 못한 것으로 돼 있다”며 “내가 제2건국운동을 넙죽 받아서 계속 추진하겠다고 하기에는 환경이 좋지 않아 여러분의 뜻을 따르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국민의 정부가 실패한 정부로 규정되는 것이 참 아쉽다”면서 “나는 실패한 정부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나를 돕고 있는 사람들조차 실패한 정부로 단정하고 차별화하는 방향으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나는 국민의 정부와 단절을 얘기하고 싶지 않으며, 국민의 정부가 추구했던 시대 가치를 붙들고 갈 것이다”면서 “국민의 정부는 태어나야 할 시대보다 조금 늦게 태어났지만 할 일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에 앞서 김상하 대표공동위원장은 “제2건국운동은 특정한 정부를 위한 것일 수 없고, 정권에 따라 취사선택될 수는 없다”며 “그러나 그 추진방식은 시대에 맞게 변용될 수 있고 참여정부가 새로운 방식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위원회의 활동을 중지키로 했다”고 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제2건국위는 이날 낮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8차 전체회의를 열고 4년6개월 동안의 활동을 마감하고 해체를 결의했다.
1998년 8월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주창으로 그해 10월2일 출범한 제2건국위는 전국 253곳의 추진위원회에 중앙위원 500명과 지방위원 9294명을 두고 있으나 관(官)이 주도하는 국민운동이라는 지적과 함께 해체 문제가 제기돼 왔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