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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戰보복 우려…사스 공포…흉흉한 佛의 '엽기 3題'

입력 | 2003-04-29 19:00:00


《문화와 여유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프랑스의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흉흉하다. 경제 침체에다 이라크전 반대로 인한 미국의 보복 우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테러 공포가 한꺼번에 밀려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지난 주말에는 평소 프랑스답지 않게 ‘웃지 못할 일’들이 연발했다.》

▽‘미영 연합군 상륙’=지난 주말 프랑스 전역의 신문 판매대에는 ‘미영 연합군이 프랑스에 상륙했다’는 1면 제목을 단 신문이 깔렸다. 이 신문은 프랑스 최고의 일간지 르몽드(Le Monde)를 패러디한 더몽드(The Monde). 미국이 이라크전에 반대한 자크 시라크 정권을 전복하기 위해 프랑스를 무력 침공한다는 내용이었다.

먼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프랑스 침공 목적이 ‘프랑스 해방’이라고 연설한다. 미군은 뾰족한 첨탑을 가진 중세 수도원인 몽생미셸을 레이더 기지로 착각해 폭격을 하고, 시라크 대통령은 프랑스 국민에게 레지스탕스 활동에 나서라고 연설한 뒤 엘리제궁의 지하 터널을 통해 도망간다.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전투기는 미군의 오인사격으로 추락한다. 연합군 사령관의 이름은 토미 프릭스(Freaks·마약중독자).

▽‘사스 취재 간 것도 아닌데’=지난 주말 중국을 방문했던 장 피에르 라파랭 총리를 동행 취재했던 라디오 방송 기자 2명은 26일 귀국하자마자 회사로부터 ‘10일 후에 출근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사스 위험 지역을 다녀온 만큼 발병 잠복기를 지나 출근하라는 얘기였다.

출장을 다녀오자마자 사실상 ‘격리’를 당한 두 기자는 “총리 일행은 물론 함께 갔던 12명의 기자는 바로 현업에 복귀했다”며 “사스 취재를 다녀온 것도 아니고, 총리를 따라 철저한 위생 관리 속에 중국을 다녀왔는데 이럴 수 있느냐”고 분개했다. 라파랭 총리도 “나와 함께 다녀온 사람들에게 너무한 것 아니냐”고 황당해했다.

▽‘마늘 보고 놀란 가슴’=27일 파리 인근의 샤를 드골 공항에서는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이날 공항에 도착한 미국 항공기 내부에서 회백색 가루가 든 주인 없는 가방이 발견됐기 때문. 뭔가 ‘심상치 않은 냄새’까지 나는 이 가루는 독극물로 여겨져 공항 보안요원들도 접근을 꺼렸다. 처음 가방을 발견했던 공항 관계자들은 모두 병원으로 이송됐다. 급기야 전문가팀이 출동, 삼엄한 경계 아래 실험실로 보내진 이 가방의 내용물은 마늘과 다른 조미료 가루로 밝혀졌다. 뒤늦게 나타난 가방 주인은 영문도 모른 채 가방을 찾아갔다는 후문이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