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는 생각에서 직무상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재산 은닉 의혹을 사고 있는 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을 법정에서 준엄하게 추궁한 서울지법 서부지원 민사26단독 신우진(辛宇鎭·30·사진) 판사는 “평소 궁금하게 생각한 것을 법 테두리 내에서 질문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전 전 대통령과 법정에서 공방을 벌인 후 인터넷에는 ‘신사모(신우진 판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결성되고, 법무부 게시판에 신 판사를 격려하는 글이 올라오는 등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 전 대통령 재산 명시 심리재판에서 ‘무슨 돈으로 골프를 치느냐’, ‘해외여행은 어떻게 다니느냐’는 등 예리한 질문을 한 데 대해 신 판사는 “언론 보도를 통해 대강의 내용은 알고 있었고, 심리에 앞서 재산 목록과 채권단이 검찰에 제출한 참고 자료를 보며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국가 원로인 전직 대통령을 너무 매섭게 몰아붙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고 하자 신 판사는 “이번 재산 명시 심리는 사인간의 다툼에서 비롯된 다른 사건과 달리 형사사건에서 확정된 채무가 근거가 돼서 넘어온 공익성이 강한 사건이었기 때문에 법원이 직권을 발휘해서 질문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신 판사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에 대해 좋게 봐줘서 고맙다”며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으니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신 판사는 “판결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해 줄 수는 있지만 사진촬영까지 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며 사진 찍는 것은 거절했다.
충남 논산시 출신으로 경기고, 서울대 법대를 나온 신 판사는 대학 4학년 때인 1995년 사시 37회에 합격했다. 2001년 서울지법 판사로 임용된 뒤 올 2월 서부지원으로 발령받았다. 서울형사지방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고 신교준씨의 아들이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