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부터 판매된 페예노르트-PSV전(5월18일) 티켓이 5분 만에 매진돼 버렸다. 티켓을 사려고 아침 일찍 나섰지만 헛걸음만 쳤다. 더치페이의 원조 네덜란드에서 5만원이 넘는 표가 순식간에 다 팔린 것은 네덜란드 사람들이 얼마나 축구에 미쳐 있는지 새삼 느끼게 해 주었다.
그러나 옥에 티라고나 할까. 축구를 좋아하는 이들이지만 가끔 경기장에서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8강전 아약스-AC 밀란 경기가 그 예. 경기 시작 전만 해도 관중들이 전부 자리에서 일어나 흰 깃발을 흔들고 우렁차게 노래를 부르는 등분위기가 좋았다. 문제는 AC 밀란의 시도프가 경기장에 들어오면서부터 시작됐다. 관중들은 그에게 야유를 보내고 그가 공을 잡기만 하면 휘슬을 귀가 따갑도록 불어댔다. 전반 30분이 채 되지 않아 시도프가 부상으로 발을 절며 나갈 때도 관중들은 동정은커녕 좋아하며 야유를 보냈다.
도대체 그가 뭘 잘못 했는가. 그는 아약스가 1995년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할 때 주인공 중 한 명이다. 또 아약스 출신으로 AC 밀란 주전선수가 된 것도 자랑스러워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온 그를 그렇게 비참하게 만들다니.
어느 페예노르트 팬들은 한술 더 뜬다. 그들은 페예노르트 선수에게도 야유를 보낸다. 지난 3월에 열린 브레다전에서 페예노르트 스트라이커 반 호이동크가 좋은 찬스에 골을 넣지 못하자 일부 관중들이 야유를 보내며 '우리는 다른 스트라이커를 원한다'고 외쳐댔다.반 호이동크는 지난해 혼자서 UEFA컵을 페예노르트에 안겨준 주인공. 올 시즌엔 벌써 24골이나 넣었다. 이쯤이면 그의 동상을 로테르담에 세워도 시원치 않을 판이다.
PSV에서도 지난 주 비슷한 일이 있었다. PSV가 2-0으로 이겼으나 PSV팬들은 선수들에게 야유를 보냈다. 비싼 티켓을 샀는데 경기가 재미없었다는 게 이유였다. 히딩크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런 광경은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고 오직 네덜란드에만 있는 모습”이라고 개탄했다.
6월에 페예노르트는 부산아이콘스와 연습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과연 한국 팬들은 송종국에게 야유를 보낼까.
최삼열 통신원 sammychoi@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