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연인이면서 영화 ‘지글리’에서도 연인 관계로 출연하는 제니퍼 로페즈(왼쪽)와 벤 에플렉. 동아일보 자료사진
실제 부부나 연인관계인 커플이 영화에서 함께 주연을 맡으면 영화에 도움이 될까, 아니면 악영향을 끼칠까.
미국 뉴욕타임스 최근호는 요즘 할리우드에서 가장 ‘뜨거운’ 커플인 제니퍼 로페즈와 벤 에플렉이 주연한 영화 ‘지글리 (Gigli)’의 여름 개봉을 앞두고, 실제 커플이 영화에 출연했을 때 나타나는 효과들을 분석했다. 11월에는 이 커플이 함께 출연한 두번째 영화 ‘저지 걸 (Jersey Girl)’이 개봉될 예정이다.
실제 커플이 나오는 영화는 두 범주로 나뉜다. 첫 번째는 촬영 도중 사랑에 빠진 배우들의 팽팽한 성적 긴장감이 영화에 도움이 되는 경우다. ‘저지 걸’의 케빈 스미스 감독은 “밴 에플렉과 제니퍼 로페즈가 실제 생활과 영화 모두에서 사랑에 빠져 러브 신을 찍는 게 식은 죽 먹기였다”고 말했다. 톰 크루즈가 전 부인 니콜 키드먼과 사랑에 빠진 ‘폭풍의 질주’, 워렌 비티와 아네트 베닝 부부가 만난 ‘벅시’도 긍정적인 ‘커플 효과’를 본 영화로 분류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이미 커플인 배우들이 함께 출연하는 영화들. 이 경우는 좀 복잡하다. 폴 뉴먼과 조안 우드워드 부부의 앙상블은 영화에 도움이 됐지만, ‘상하이 서프라이즈’에서 마돈나와 그의 전 남편 숀 펜, ‘투 머치’에서 멜라니 그리피스와 안토니오 반데라스 커플은 필름을 통해 그들의 사랑을 불멸화하려고 했으나 결국 영화를 망친 경우다. 캐서린 제타 존스와 마이클 더글러스 부부가 함께 준비중인 영화 ‘멍키페이스’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이 회의적 반응을 보인다는 루머가 흘러나온다. 만삭인 캐서린 제타 존스가 아카데미 시상식장에 등장한 것 자체가 그녀와 더글러스가 함께 출연하는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을 확 줄여놓았기 때문이라는 것.
커플이 출연해 영화가 엉망이 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여성관객들이 감정이입을 할 수 있어야 성공한다는 ‘로맨스 영화의 법칙’ 때문이다. 여성관객들은 영화를 보며 톰 크루즈 같은 남자들에게 사랑받는 스스로를 상상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영화 속에서도 페넬로페 크루즈가 톰 크루즈의 품에 안겨있다면 그같은 판타지에 찬물을 끼얹는 거나 마찬가지다. ‘제리 맥과이어’에서 톰 크루즈와 르네 젤위거가 연인으로 나와도 괜찮았던 이유는 관객들이 실제로는 톰 크루즈가 니콜 키드먼과 커플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는 것.
실제 커플이 사랑에 빠지는 연인 역할을 연기할 때도 영화가 엉망이 되는 경우가 잦다. 골디 혼과 커트 러셀 커플이 주연한 ‘오버보드 (Overboard)’에 대해 게리 마샬 감독은 “이들이 실제 커플이라는 점이 영화를 망쳤다. 둘 사이에 팽팽한 긴장도 없고, 관객들이 ‘쟤들은 키스를 벌써 수백번도 넘게 한 사이잖아’하고 생각해버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촬영 도중 사랑에 빠진 커플의 관계는 영화가 망하면 함께 끝나버리기도 한다. ‘프루프 오브 라이프’로 멕 라이언과 러셀 크로는 연인 사이가 됐지만 스캔들이 터지면서 영화는 수차례 편집을 거듭하다 결국 흥행부진을 면치 못했고, 두 사람의 관계도 오래 가지 않았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