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이 작년 10월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 당선 이후 처음으로 지난달 29일 뉴욕에서 10억달러의 채권을 발행했다. 미국의 한 언론은 ‘월가와 전 철강노동자 룰라 새 대통령과의 불가능할 것 같았던 사랑이 활짝 피었다’는 표현을 썼다. 2007년 1월이 만기인 이 채권은 수익률 기준으로는 10.7%. 선거 전에 브라질의 디폴트 가능성 때문에 국채 수익률이 28.5%까지 높아졌던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변화다. 발행액도 당초의 7억5000만달러에서 크게 불어난 것이다.
브라질은 지난해 4월 이후 경제불안으로 해외 차입이 중단됐다. 3000억달러에 이르는 브라질 외채의 디폴트 위험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머징 마켓에 총 6억달러, 그중 17%를 브라질 채권에 운용하는 런던 ABN암로자산관리회사의 채권펀드매니저 라파엘 카신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블룸버그 통신의 기사는 이렇게 낙관적이다. “디폴트 우려는 모두 사라졌고 시장과 브라질은 밀월관계다.”
‘브라질의 기적’은 국제금리가 바닥 수준이고 주요국 증시가 부진한 가운데 투자자들이 신흥시장으로 눈을 돌린 덕분이기도 하다. 이보다는 좌파인 룰라 정권이 재정지출을 최대한 줄이고 사회보장제도와 세제를 개혁하면서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한 데 대해 투자자들이 높은 점수를 준 것이 더 중요하다.
룰라 정부의 개혁이 월가에서 인정받는 과정엔 그들의 또 하나의 노력이 있었다. 월가의 한 관계자는 “룰라 정부 출범 이후 브라질의 금융정책 책임자들이 2주일에 한 번씩 월가에 와서 경제현황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들은 무조건 ‘좋아진다, 믿어달라’는 이야기만 한 것이 아니라 월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털어놓아 좋은 평가를 얻었다”고 덧붙였다. 2, 3월 한국경제의 신인도가 떨어지던 상황에서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뉴욕에서 한국경제설명회를 하겠다고 하자 월가의 일부 인사들은 “이따금 와서 똑같은 소리를 하고 가지 말고 브라질에서 배우라”고 한마디했다.
뉴욕증시는 일부 기업의 긍정적인 실적 발표와 소비자신뢰지수의 상승으로 이틀간 오름세를 보이다가 30일엔 제조업의 약세 등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특히 29일 연중최고점을 찍었던 나스닥지수는 이날 6.99포인트 내린 1,464.31로 마감됐다. 미 달러화의 약세와 유가의 상승도 투자 분위기를 위축시키는 데 한몫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