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버님께 올립니다. 그간 기체 안녕하시고, 아버님의 기체 강순하신지 문안 여쭈옵니다. 요새는 대전(大殿)의 침수가 평안합니다. 지난밤은 어떻게 지냈으며 오늘은 어떻게 지내십니까?’조선 고종 때 신정왕후 조씨가 친정 오빠에게 보낸 한글 편지를 현대어로 풀어쓴 것. 여기서 ‘대전’은 고종을 말한다. e메일과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가 범람하는 요즘, 선인들의 옛 편지에서 묻어나는 따사로운 인간미가 더욱 정겹게 느껴진다.
성균관대 박물관(관장 김영하)은 고려, 조선시대의 편지글을 모은 ‘옛 글에 밴 선현들의 정(情)’ 전시회를 2일부터 다음달 30일까지 연다.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편지글 47편을 가족, 친구, 사제, 군신, 자연의 5가지 주제로 분류해 전시하는 것. 신정왕후 조씨의 편지를 비롯해 정몽주, 이황, 이이, 송시열, 김정희, 고종, 민영환 등이 남긴 편지글을 볼 수 있다. 조선 숙종 때 이조판서와 형조판서를 지낸 박세당이 아들의 혼인에 쓸 예복을 구하지 못해 친지에게 도움을 구하는 편지에서는 당시 선비들의 청렴한 생활을 엿볼 수 있고, 김정희가 청나라 사신으로 가는 선배 신위에게 써준 편지에는 추사체의 아름다움이 잘 드러나 있다. 박물관측은 한문과 고어로 된 편지에 번역 글을 첨부해 관람객이 글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배려했다. 02-760-1216∼7
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