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조덕순 지음/152쪽 8000원 얼과 알
“연노랑 줄무늬가 뻗어 있는 초록색 잎 사이로 꽃대를 뽑아 올린 모습은, 마치 물들인 습자지로 만든 종처럼 연약하고 가련한 모습이었다.
그 가련한 얼굴 아래로 꽃술 하나 떨어뜨려놓고, 조금 더 아래로 꽃술 하나 더 떨어뜨려놓고…” (‘비비추’)
1남1녀를 둔 주부, 어느 날 남편이 속한 난우회(蘭友會) 회원이 보여준 깽깽이풀의 모습에 반해 풀꽃을 키우기 시작했다. 집 뜨락은 어느새 온갖 풀꽃들의 모습으로 계절마다, 달마다 화려한 변신을 자랑한다.
깽깽이풀, 설앵초, 양지꽃, 도라지…. 이제 십 년, 풀꽃을 키우며 우러나온 꾸밈없는 생각과 느낌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속을 비우고 또 비워버려, 그 속에 비쳐지는 내 마음이 부끄러운 흰빛’인 해오라비난초꽃 색깔 같은 잔잔한 상념들이 가득하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