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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유망주 키워 돈-인기 잡자”

입력 | 2003-05-02 17:49:00

내덜란드 아인트 호벤 으로 이적한 이영표는 구단에 이적료로만 200만 달러의 수익을 안겨주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한국 프로스포츠 각 구단의 꿈은 자나 깨나 ‘홀로서기’다. 그만큼 프로야구, 프로축구, 프로농구 각 구단 공히 흑자를 내는 구단은 단 한 곳도 없다.

모두 모기업의 지원으로 살림을 꾸려 나간다. 이중에서도 씀씀이는 큰 데 비해 관중 수입 비율이 빈약한 프로축구는 더욱 심각하다. K리그가 출범한 지 20년이 됐지만 팀당 한해 적자액이 100억원 내외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프로축구 안양 LG는 99년부터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흑자구단에 도전장을 냈다. 그리고 4년 만에 그 도전은 과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과연 LG의 실험은 성공할 것인가.

▽J리그의 경우=J리그가 출범한 것은 한국보다 10년 늦은 93년. 그러나 98년 첫 흑자구단이 등장한 뒤 2000년 전체 16개 팀 중 10개 팀이 흑자로 돌아섰고 2001년에는 11개 팀으로 늘어났다.

J리그가 이처럼 빨리 자리를 잡은 것은 일본프로축구연맹(J리그 사무국)과 구단의 치밀한 마케팅과 비용절감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일본프로축구연맹은 출범직후부터 산하에 J리그영상(경기 영상의 기록, 보존 ,판매 등), J리그포토(경기사진물에 대한 권리 관리), J리그엔터프라이즈(로고,캐릭터 상품 개발, 라이센스관리 등), J세이프티(J리그 소속원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보험대행) 등 다양한 자회사를 설립해 수익구조를 세분화했다.

또 구단과 보조를 맞춰 인건비 등 지출은 철저히 줄였다. 출범이후 인기가 폭발하며 선수 연봉이 폭증하자 98년 선수들의 연봉을 절반으로 줄이는 혁신적인 조치를 단행하기도 했다.

J리그와 안양 LG의 매출액 비교구분J리그안양 LG입장수입60(23%)2(14%)분배금27(10%)1(6%)광고수입135(48%)10(51%)기타52(18%)18(29%)합계274(100%)31(100%)2001년 기준(단위:억원) J리그는 구단 평균

▽안양 LG의 실험=안양은 2010년을 흑자 원년으로 정하고 99년부터 수익구조 창출을 위한 장기 플랜을 세웠다. 안양은 ‘유망선수 육성'을 통해 성적과 구단 가치상승이란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로 했다. 국내 프로축구 여건상 관중 수입이나 TV 중계권료 등을 통해서는 단기간에 큰 수익을 내기가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

‘꿈나무 육성 프로젝트’의 첫 대상자는 99년 황지중 3년을 졸업하고 안양 유니폼을 입은 정창근. 중학교를 졸업한 선수가 프로에 입단한 것은 정창근이 처음이었다.

안양은 이후 10대에서 20대 초반의 유망주를 매년 5명 내외씩 꾸준히 발굴, 육성했다. 지난해부터 프로축구에도 자유계약선수제(FA)가 도입됐지만 많은 돈이 드는 FA쪽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이런 노력 덕분에 현재 1,2군 합쳐 45명의 선수 중 각급 대표선수로 활약하는 선수만 17명에 이를 만큼 국가대표의 산실로 자리잡았다.

또 2000년 계약금 1억5000만원에 입단했던 이영표는 올해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으로 이적하며 구단에 이적료로만 200만달러(한화 약 23억원)의 수익을 안겼다.

▽다른 구단은?=수원 삼성도 올해부터 유망주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른 구단에선 안양의 선점효과가 너무 커 아직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 선수 이적료 수입은 그다지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데도 각 구단의 고민이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데이비드 베컴이란 슈퍼 스타를 육성,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국내에서 과연 베컴같은 슈퍼스타가 나온다는 보장도 없을뿐더러 설령 나온다 해도 유럽시장으로 팔려 갈 게 뻔하다는 것.

이에 대해 한웅수 안양 단장은 “이영표의 성공적인 유럽 이적으로 팀의 젊은 선수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며 “매년 이영표같은 선수가 1명만 나와도 구단입장에서는 큰 성공”이라고 밝혔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조광래감독이 발굴한 17세 한동원-안상현…伊프로구단서 벌써 ‘눈독’

17세에 조기 입단한 한동원(왼쪽)과 안상현

최근 이탈리아에서 끝난 그라디스카컵 국제청소년축구대회에서 한국청소년대표팀(17세 이하)이 우승했을 때 가장 기뻐한 사람은 바로 안양 LG 조광래(49) 감독이었다. 우승 주역인 한동원(17)과 안상현(17) 모두 조 감독이 지난해 뽑아 키운 선수들이었기 때문.

스트라이커인 한동원은 5골로 대회 득점왕에 올랐고 미드필더인 안상현은 넓은 시야로 플레이를 조율, 콧대높은 이탈리아 축구 관계자들의 격찬을 받았다. 대회 직후 이탈리아프로축구(세리에A) AC밀란과 브레시아가 두 선수를 영입하겠다며 나서는 바람에 안양은 즐거운 고민에 빠져있다.

나란히 중학교를 마친 뒤 안양 유니폼을 입은 한동원과 안상현은 ‘기왕 축구를 할 바에야 제대로 하겠다’며 프로에 조기 입단한 케이스. 두 선수는 입단이후 꾸준히 2군 리그에 출전하며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골 넣는 게 장기”라는 한동원은 호나우두가 활약하는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 입단이 꿈. 또 스페인 발렌시아 진출이 목표라는 안상현은 “한국을 월드컵에서 반드시 우승시키겠다”고 장담할 만큼 포부가 다부지다.

학업을 일찍 중단한 것에 대해서도 두 선수는 모두 “축구 선수로 대성하는 것이 목표기 때문에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며 “요즘 친구들 사이에선 안양 입단이 꿈”이라고 말했다. 안양측은 중,고교를 마치고 조기 입단한 선수들을 위해 영어와 컴퓨터, 교양 등 별도의 소양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