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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한나라당에 리더십은 있는가

입력 | 2003-05-02 18:34:00


민주당이 신당론에 따른 신구 주류간 다툼에 휩싸여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또한 당권경쟁에 당내 보혁(保革) 갈등이 겹치면서 내분 양상을 보이는 것은 유감이다. 집권 여당과 거대 야당이 모두 제 역할을 포기한 채 집안싸움에나 매달려서야 어찌 올바른 국정운영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한나라당의 일부 개혁파 의원들은 어제 당 지도부가 각 의원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당 소속 의원 전원의 이름으로 고영구 국가정보원장 사퇴권고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당이 4·24 재·보선 승리 이후 ‘퇴영적 수구노선’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보수파 의원측은 ‘당론에 반대하려거든 당을 떠나라’고 대응하고 있어 당내 분란이 심각하다.

의원 개인의 의견을 무시하고 무조건 당론으로 밀어붙이던 시대는 지났다. 뜻이 맞지 않는다고 탈당을 요구하는 것도 구태(舊態) 정치의 표본일 뿐이다. 지금 한나라당에 요구되는 것은 당내의 다른 의견을 수렴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새로운 리더십이다. 새 리더십으로 지역당의 한계를 극복하고 수구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건강한 보수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어야 한다. 한나라당이 나름의 정체성을 확립한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집권측의 ‘신당몰이’에 긴장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잇따른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획기적인 체질 개혁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내달 중순의 대표 경선을 앞두고 당권주자간 상호비방 흑색선전에 금품살포, 줄 세우기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당권 경쟁이 새 리더십의 내용보다는 대(對)정부 공세에 치우치고 있는 것도 한나라당의 앞날을 어둡게 한다. 정부 여당의 실책에서 반사이익이나 얻으려 해서는 결코 ‘강한 야당’이 될 수 없다.

한나라당은 당내 분란을 빨리 매듭짓고 새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것이 국정에 절반의 책임이 있는 거대 야당이 국민에게 해야 할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