룩셈부르크 콩쿠르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금상을 수상한 하은지양(왼쪽)과 김광현씨. -김미옥기자
최근 발레계에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달 27일 폐막된 제7회 룩셈부르크 국제 발레 콩쿠르에서 김광현(金光賢·23·유니버설 발레단)씨와 하은지(河恩智·18·한국예술종합학교)양은 각각 시니어 남자와 주니어 여자 솔로 부문에서 금상을 받는 등 한국 발레리노, 발레리나들이 상위 입상을 차지한 것.
2년마다 열리는 룩셈부르크 국제 발레 콩쿠르는 로잔 무용 콩쿠르, 파리 무용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무용 콩쿠르로 인정받고 있다. 이 대회에서 한국인이 최고상인 금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예술종합학교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지난달 28일 밤 귀국했다.
김광현씨는 “콩쿠르에 출전하는 것 차체만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며 “상을 기대했다기 보다는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씨는 2년전 이 대회에 출전해 결선까지 올랐지만 상을 받지 못했던 터라 기쁨이 더했다. 지난해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한 그는 점프력과 회전이 뛰어나 장래가 촉망받는 발레리노로 인정받고 있다. 다만 ‘작은 키’(1m74)가 약점. 고교 2년때 발레를 시작한 그는 “현대무용을 배우고 싶어 그 기본이 되는 발레를 시작했는데,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의 춤을 보고는 발레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다”고 말했다.
이미 프라하 콩쿠르 등 여러 차례 수상 경력이 있는 하은지양은 “발레리나라면 누구나 강수진씨(슈투트가르트발레단)를 선망의 대상으로 삼을 것”이라며 “때로 하루 6시간이 넘게 이어지는 연습을 참는 것도 그런 꿈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수상에 이어 또 하나의 ‘경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 네바다 발레단이 솔리스트로 스카우트 의사를 전해왔기 때문. 하양은 “조심스럽지만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 발레단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무용수들은 더러 있지만, 이처럼 만18세의 어린 나이에 오디션 없이 입단 제의를 받은 일은 유래가 없다. 예술종합학교의 미국 공연에서 네바다 발레단 관계자가 그를 눈여겨봤다는 후문. 하양은 유연성을 자신의 장점으로 꼽았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