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서울 어린이상 수상자인 임서환군(왼쪽)과 서범준군이 환하게 웃고 있다. 김동주기자 zoo@donga.com
“은혜(가명)가 불편해서가 아니라 친구라서 도와주는 거예요.”
서울 군자초등학교 6학년 서범준군의 말이다.
이번엔 임서환군(서울 경기초교 5학년)에게 물었다.
“필요해서 만든 건데….”
범준이는 서울시가 주는 ‘제25회 서울 어린이상’ 최고상인 나라사랑상의 주인공. 서환이는 창의부문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은혜와 범준이는 다섯 살 때부터 단짝이었다. 은혜는 선천성정신지체아.
지금까지 매년 같은 반인 이들은 아주 특별한 친구 사이다.
“은혜랑 어떻게 친해졌어?”
“그냥 자주 만나다 보니 재미있고 솔직해서 친해졌어요.”
다시 캐묻자 범준이는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초등학교 1학년 때 은혜와 있었던 비밀 얘기를 털어놨다. 그러나 정말 자신이 별로 도와주는 게 없다는 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다리가 불편한 은혜가 개별학습실 등으로 이동할 때 잡아주는 정도가 전부예요. 오히려 준비물을 빼놓고 갈 때가 많아 은혜한테 도움 받는 일이 더 많은걸요.”
2학년 때 학우들이 은혜를 놀려 처음으로 울었다는 범준이는 중학교 진학이 걱정이다.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은혜가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으면 좋겠어요. 은혜가 가끔 짜증을 낼 때가 있지만 일어서게 도와주면 기분이 금방 풀려요.”
그러자 옆에 있던 서환이가 “마음씨가 되게 착하네”라고 끼어들었다.
범준이의 말. “너도 8년 동안 정이 팍 들어봐.”
‘꼬마 발명가’ 서환이의 이력은 화려하다. 전국발명대회와 컴퓨터정보올림피아드 등 각종 과학대회 13차례 수상경험, 실용신안등록 또는 출원 발명품 5건, 현재 학생과학발명품 경진대회 등 4개 대회에 발명품을 출품했다.
그의 발명품 목록을 보니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언젠가 비 오는 날 지하철에서 미끄러진 뒤 우산 밑동에 음료수 병을 끼워 만든 ‘우산 빗물받이’, 냉장고에서도 음식이 썩는 것을 보고 부황의 원리를 적용, 냄비 속의 공기를 빼내 음식물이 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만든 ‘진공냄비’ 등이 대표작이다.
“앞으로 장애인들이 육교를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자동보도가 설치된 육교를 만들고 싶어요.”
그러자 코드가 맞았는지 이번엔 범준이가 거들었다.
“장애인들이 위험하지 않게 각도를 완만하게 해야겠다.”
범준이는 커서 불편한 사람을 돕는 검사나 변호사, 서환이는 발명하는 사업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든든한 우리 사회의 ‘꿈나무’들을 보자 어린이날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왔다.
이재명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