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후 당내갈등이 계속되다가 마침내 신당논의로 또 한번 혼란에 빠진 민주당은 요즘 구성원들조차 ‘우리가 여당 맞나’라고 자조하는 분위기다. 그럴수록 정국운영의 남은 두 축인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생산적인 관계가 절실하나 현실은 그렇지 않아 걱정이다. 갈수록 대립의 격화 및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원인제공은 물론 청와대가 했고, 발단은 국회의 부적절 판정에도 불구하고 고영구 국정원장 임명을 강행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1일 TV토론에서 “국회존중보다 개혁을 선택했다”고 말한 것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국회 존중과 국정원 개혁은 하나를 선택할 때 반드시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 발언은 적절치 못했다.
여권의 신당추진 움직임도 야당의 경계심을 자극하는 한 요인이다. 야당은 신당론의 배후에 노 대통령이 있으며 신당추진은 결국 현재의 정치구도를 뒤흔들기 위한 것이라는 의구심을 갖는 듯하다. 아울러 야당의 내부요인도 정국파행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주자들간의 선명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앞다퉈 대정부공세에 열을 올리고 있어서다.
그러나 지금은 청와대와 야당이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만 있기엔 안팎의 상황이 너무 엄중하다. 오히려 외국에서 한국민들의 안보불감증을 얘기하고 있을 정도이고, 경제에도 적신호가 켜진 지 이미 오래다. 더욱이 노 대통령의 첫 미국방문을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이다. 국내에서의 안정적인 리더십을 확보하지 못한 채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서 무엇을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겠는가.
노 대통령이 먼저 야당에 손을 내밀어 상생정치 복원을 시도해야 한다. 그냥 손만 내밀게 아니라 야당이 마주잡을 수 있는 구체적 명분을 내놓아야 한다. 야당 역시 작은 정치적 이해에 연연하지 말고 국민만 바라보는 대승적인 자세로 정부를 도울 것은 도와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살고 야당도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