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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씨 "北 핵보유 경제난 타개 협상용…대응 말아야"

입력 | 2003-05-04 18:41:00


97년 망명하면서 “북한이 이미 핵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던 황장엽(黃長燁·81·사진) 전 북한노동당 비서는 3일 북한의 최근 ‘핵 보유’ 선언에 대해 “김정일은 결코 핵무기를 쓰지 못할 것”이라며 “북한의 핵카드는 순전히 경제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협상카드이므로 여기에 일절 응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황 전 비서는 이날 경남대 북한대학원에서 열린 주체사상 특강에서 ‘북의 핵 보유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북이 핵을 지녔다는 것은 97년 내가 넘어오면서 이미 말하지 않았느냐”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에서는 정밀사찰을 받게 되면 ‘핵을 보유하고 있다’고 폭로하고 협상에 나선다는 계획을 진작부터 세우고 있었다”며 “북한은 가만히 놔두면 경제난 때문에 스스로 붕괴하게 돼 있는데 미국이 자꾸 북한에 말려서 협상에 응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핵전쟁 가능성에 대해서도 “김정일은 300만명이 굶어죽어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는 철저한 이기주의자인데 자기가 죽는 일을 하겠느냐”고 반문하며 “김정일은 (아무 것도 부족할 것 없는) 자신의 현 위상을 유지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황 전 비서는 이라크전쟁이 북한에 충격을 줬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김정일은 오히려 미국의 약점이 무엇인가를 연구했을 것”이라며 그 약점은 명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테러라는 것이 뭐냐, 인권유린이 자행되는 것, 암살하고 암해하고, 그래서 모두 다 공포와 불안에 떨게 만드는 것 아니냐”면서 미국이 북한을 압박할 때는 대량살상무기 보유 문제보다는 테러정권이라는 점을 앞세워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대량살상무기를 미국만 갖고 있으라는 법이 어느 하늘 아래 있느냐”면서 “경찰은 무장하고 살인강도는 무장 해제시켜야 된다는 논리를 내세워야 사람들을 설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의 무력준비 정도는 이라크와 대비가 안 된다”며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에는 반대했다.

황 전 비서는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해 증언하기 위해 최근 다시 미국행을 추진 중이다. 그는 미국의 디펜스포럼재단과 재미 인권 후원단체인 아시아태평양인권협회 등으로부터 이미 방미 초청장을 받은 상태이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