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과 충남 예산군 보성초등학교 서승목(徐承穆) 교장 자살 사건 등으로 촉발된 교단의 갈등이 5월 들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윤덕홍(尹德弘)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과 전국 16개 시도교육감들이 2일 교단 안정을 위한 호소문까지 발표했으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전국의 교장단들은 이들 문제와 관련해 각각 연가투쟁과 장외집회를 가질 예정이어서 양측의 갈등이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전교조 및 교장단 투쟁 일정=전교조는 지난달 29일 교육부에 제안한 NEIS 관련 공개토론회 및 여론조사실시 등에 대해 교육부가 5일까지 공식 답변을 하지 않을 경우 원영만(元寧萬) 위원장이 단식농성에 돌입하기로 했다.
이어 12일까지 NEIS 인증폐기 교사선언을 발표하고 전 조합원 연가투쟁 찬반투표를 실시해 이달 중 연가투쟁에 돌입한다는 계획이어서 일선 학교의 수업차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전교조는 “NEIS를 둘러싼 갈등으로 학사대란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여론조사 안까지 제시했는데도 교육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총력투쟁밖에 없다”며 강경투쟁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이에 맞서 11일에는 전국 교장단 모임인 한국 국공사립 초중고교 교장회장협의회도 서울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를 강행할 예정이다.
교장회장협의회는 이날 전교조의 연가투쟁 등 불법 행위에 대한 정부의 의법 조치를 촉구하고 교단 안정을 위한 교장단의 결의를 밝힐 계획이다.
협의회 이승원(李升遠· 서울 영등포고 교장) 총무는 “일부 지방에서는 전교조 교사들이 교장에게 ‘집회에 참석하면 가만있지 않겠다’며 협박을 하는 사례도 접수돼 진상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교단 갈등 양상=전교조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교단의 갈등이 학교장들의 지나친 권위주의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고 교장들에 대한 압박을 늦추지 않고 있다.
전교조는 최근 국회에서 일부 의원들이 퇴직 교장들의 단체인 ‘한국교육삼락회’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한국교육삼락회법’ 제정을 추진하자 이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전교조는 “이 법안은 퇴직 교장에 대한 특혜 시비뿐만 아니라 퇴직 평교사와의 형평성 문제도 있기 때문에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또 학교장을 교사들의 투표로 선출하고 학부모, 지역인사 등이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심의 후 추인하는 내용의 ‘교장선출보직제’를 반드시 쟁취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교장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교육부총리 중재 실패=윤 부총리는 지난달 원 위원장 등 전교조 관계자들을 만나 NEIS에 대한 의견 조율에 나섰지만 전교조측의 강력한 반발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또 서울 경복고에서 전교조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소속 교사, 학부모 대표 등을 만나 교단안정화 대책을 논의했지만 서로간의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윤 부총리는 이어 2일 전국 16개 시도교육감협의회와 공동으로 교단 갈등 해소를 호소하는 내용의 ‘국민과 교육가족에게 드리는 당부말씀’을 발표했지만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한양대 정진곤(鄭鎭坤) 교수는 “교단 갈등으로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고 교육계도 국민의 신망을 잃고 있다”며 “전교조도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법과 제도를 존중하고, 교장들은 전교조에 책잡히지 않도록 학교 운영을 민주적으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