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탑승한 S-3B 바이킹기가 미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 갑판에 착륙하고 있는 모습. 전투기 뒷부분에 연결고리가, 갑판 위에는 케이블이 보인다. -사진제공 CNN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전투기로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 갑판에 착륙한다. 조종사 차림의 그가 이제 막 치열한 전투를 끝내고 온 승자인 양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자 군관계자들의 환호성이 이어진다. 그리고 이어진 그의 이라크전쟁 종전 선언.
공화당의 한 정치광고 담당자는 부시 대통령의 2일 종전 선언 광경을 “그의 재임 중 최고의 장면 가운데 하나”로 평했다.
이라크전쟁을 강행한 부시 행정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여온 뉴욕 타임스마저도 “어느 대통령도 꿈꾸지 못했던 일”이라며 이날 이벤트가 가져올 엄청난 홍보 효과를 인정했다.
그러나 현지 언론은 이 같은 화려한 ‘연출’이 성공하기까지 수많은 관계자들이 가슴을 태우며 숨 가쁘게 움직여야 했다며 이벤트에 관한 뒷얘기들을 경쟁적으로 전했다.
가장 큰 고민은 부시 대통령이 부조종사 석에 탑승했던 대잠함(對潛함) 폭격기이자 전투기인 S-3B 바이킹기가 철심으로 만든 갑판 케이블에 연결고리를 차질 없이 걸어 성공적으로 착륙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그가 탄 바이킹기는 4개의 케이블 중 마지막 케이블을 간신히 낚아챘다. 만일 네 번째 케이블마저도 잡지 못했다면 전투기가 재상승해야 했다. 일이 잘못되면 바다 속으로 추락할 수도 있었다. 이 아슬아슬한 착륙 과정을 지켜보던 경호 담당자들과 해군 관계자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백악관 관계자들이 내심 조바심을 냈던 또 다른 이유는 부시 대통령의 조종 실력. 부시 대통령은 텍사스주 공군방위군 출신이라는 자신의 경력을 은근히 자랑했지만 주위에서는 그의 조종 실력을 전폭 신뢰하지는 않았다.
일례로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1일의 브리핑에서 기자들이 부시 대통령이 실제로 전투기를 조종하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일직선으로 날아오는 비행기라면 해군조종사가 조종하는 비행기일 테고 그렇지 않다면 상상에 맡기겠다”고 조크, 속내의 일단을 드러내기도 했다.
백악관 공보팀은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12년 전 걸프전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재선에 실패했던 징크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치밀한 계획 아래 움직여왔다. 그동안 부시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바로 이들 공보팀의 머리에서 나온 전략에 의해 정해졌다. 이번 연출도 바로 이 같은 공보팀의 치밀한 계산 끝에 나온 ‘드라마’였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부전자전인지는 몰라도 부시 전 대통령도 퇴임 후인 1999년 자신의 75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공중 낙하하는 ‘이벤트’를 연출하기도 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