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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386c 1000회 연재 황중환씨

입력 | 2003-05-05 17:47:00

본보 C섹션 연재만화 ‘386c’의 1000회를 맞아 서울 송파구 가락동의 작업실에서 ‘386c’ 만화들과 포즈를 취한 황중환씨. 그는 “폭넓은 주제로 남녀노소가 공감할 수 있는 카툰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전영한기자 scoopjyh@donga.com



“다시 출발하는 느낌이에요. 만화가 저에게 ‘운명’같은 존재가 됐기 때문일까요.”

6일로 본보 연재 만화 ‘386c’의 1000회를 맞는 만화가 황중환(黃仲煥·35)씨는 “만화 속 386c는 또 다른 나”라고 말했다. 그가 그려내는 ‘386c’는 운동권 세대라기보다 현실에 찌들어 살면서도 월급 몇 푼이 오르면 하늘을 날 듯 기뻐하는 우리네 이웃이다.

4년여 전 ‘386c’ 연재가 시작된 1999년 4월1일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의 여파로 나라 전체가 침울했던 시기. 그는 “회사에서 동료 선후배들이 길거리로 내몰리는 모습을 보면서 비록 어렵고 힘든 세상이지만 만화를 통해 희망과 위안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1000회를 채워오면서 잊지 못할 일도 적지 않았다. 의약 분업 사태를 비판했다가 의료계 한 관계자로부터 “밤길 조심하라”는 협박 전화를 받았는가 하면, 검사들의 서열 문제를 거론한 뒤 “그런 만화 그려서 출세하려는 것이냐”는 e메일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팬들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충남 서산의 한 독자는 정기적으로 아이디어가 담긴 e메일을 보내주세요. 어린 시절 한없이 커보이던 아버지가 어느 날 작아져 있음을 알게 됐다는 내용의 글을 받았을 때는 가슴 뭉클했죠.”

그는 요즘 ‘386c’ 외에도 ‘과학동아’ 등에 활발히 기고하고 있다. 5월말 일본에서 본보에 게재된 ‘386c’ 중 50여편을 추려 단행본으로 출간하고, 7월에는 로버트 기요사키의 베스트셀러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도 만화로 재구성해 발간할 예정이다.

과연 ‘386c’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그동안 직장과 가정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화로 옮겼던 그는 최근 이라크 전쟁, 사스(SARS) 등 사회적 이슈로 소재를 넓히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시사만평 등 사회 전체를 넓게 바라보는 ‘카투니스트’로 거듭나고 싶기 때문이다.

“최대한 대사를 절제하고 그림으로 독자가 생각할 수 있는 카툰을 그리고 싶습니다.”

‘로봇 찌빠’의 신문수, ‘꺼벙이’의 길창덕과 함께 2000년 별세한 세계적인 만화가 찰스 슐츠는 황씨의 우상 중 한명. 그는 슐츠의 대표작 ‘피너츠’에 나오는 “사랑이란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만화책을 빌려주는 것”이라는 말에 공감한다고 했다. 자신의 속마음을 만화를 빌어 모든 이와 나누고 싶다는 것. 이미 ‘386c’로 많은 독자와 교감하고 있는 그는 자신의 꿈을 조금씩 이뤄가고 있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