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아누 리브스는 속편 촬영에 들어가기 전 각본·감독을 맡은 워쇼스키 형제로부터 프랑스 사회학자 보들리야르의 책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를 일독할 것을 권유받았다. 3일 음산한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에서 기자와 만난 키아누는 철학적이었다. 그의 이런 모습도 어쩌면 시뮬라시옹(존재하지 않는 이미지나 표상이 현실보다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인지 모른다. 그의 머리칼의 보드라움은 하이퍼리얼(초현실적)했다. 키아누는 “영화 속 메타포(은유)들이 나를 유혹했다. 네오처럼 나도 숙명을 믿지 않는다”고 했다.
―영화 뒤 당신의 인생도 변했는가.
“모든 일엔 이유가 있다는 걸 알았다. 결과가 있으면 원인이 있지만, 현실의 개념과 현실에 ‘연결’된다는 개념 사이에서 오는 갈등과 혼란은 늘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것이 디지털 공간이다. 내 자유의지는 더 강해졌다.”
―실제 삶에서도 영화에서처럼 운명 대신 사랑을 선택하겠는가.
“대답하기 어렵다. 누구더라? 프랑스 철학자인데…. 아, 푸코. 푸코식으로 말한다면 나의 의지를 전달할 정확한 표현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내가 쓰는 문장과 언어들을 나 스스로 거부한다.”
―영화의 95%에 컴퓨터 그래픽이 쓰였다. 액션은 진전됐지만 실제 연기는 줄어든 것 아닌지.
“앤디와 래리(워쇼스키 형제)는 군더더기 없는 액션을 요구한다. 사무라이처럼 단칼에 끝내는…. 아주 사유적(思惟的)이다. 이런 연기 속에서 나는 강해졌다. 액션연기는 전보다 2.7배 더 어려웠다.”
―네오는 트리니티(캐서린 앤 모스)와 페르세포네(모니카 벨루치)에게 진한 키스를 한다. 어떤 여성이 더 인상적이었나.
“키스할 때 당신은 그런 것 따지나? 대답하기 어렵다. 다시 (키스)해 봐야 안다.”
버뱅크(미국)=이승재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