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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 생각에는…]마음 담겨 있으면 스승의날 최고 선물

입력 | 2003-05-06 16:58:00


살림을 하다보면 일년 중 가장 바쁜 달이 5월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등 기념일이 줄을 잇는다. 선물에 대한 ‘노하우’가 생긴 엄마라도 유독 스승의 날만큼은 대책이 서지 않는 날이다. 아이 선생님이 매년 바뀌어 ‘취향’이 파악되지 않기 때문이다. 선물을 안 받는 분인데 선물을 하면 실례가 될 것이고, 안 그런 분이면 스승의 날도 무심히 넘어가는 엄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선물도 어느 선이 적정한지 갈피가 안 잡힌다. 얼마 전 EBS의 한 교육 토론프로그램에서 실시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 선물과 촌지가 갈리는 액수에 대해 학부모와 선생님들의 견해가 많이 달랐다. 학부모들은 1만∼3만원을 적정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선생님들은 1만원 이하라는 견해가 가장 많았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내 아이만 잘 보이기 위한 이기심이 아니라 감사의 뜻으로 선생님께 선물을 한다는 것이었다.

다른 엄마들과 촌지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보면 촌지 때문에 아이 대접이 나아지지 않는 데는 동의한다. 그런데도 일부 엄마들이 고액의 촌지를 생각하는 것은 아이의 학교생활이 자신 없을 때, 또는 선생님이 내 아이를 차별한다는 생각이 들 때다. 엄마들은 불안한 마음에 ‘더 나빠지지나 말자’고 봉투를 준비한다. 솔직히 ‘주는 쪽이 있느니 받는 쪽이 있다’, ‘밝히니까 준다’는 주장들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것처럼 부질없다.

‘선생 김봉두’라는 영화에 촌지 밝히는 선생님이 등장한다지만 내가 아는 선생님들은 ‘봉두 선생’쪽보다는 훌륭한 분들이 더 많았다. 어떤 선생님은 비싼 선물은 돌려보내고 부담 없는 선물만 받으셨고, 어떤 선생님은 아예 선물은 사절하고 카드만 받기도 하셨다.

나도 아이들 선생님께 선물을 드려왔지만 1만원 이하에서 마땅한 선물을 고르기는 쉽지 않았다. 과자나 책, 스타킹, 머리핀 정도이고 꽃을 사려해도 5월에는 꽃값도 유난히 비싸다. 이러다 보니 ‘조금만 더 쓰자’ 욕심을 내게 된다.

스승의 날 즈음이 되면 언젠가 라디오 방송에서 들었던 한 여선생님의 사연이 떠오르곤 한다. 한 어촌 초등학교에 부임한 이 선생님, 가난한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한 아이에게 관심과 사랑을 쏟았는데 어느 날 아이 할머니가 안겨주고 간 신문지 뭉치를 풀어보니 고등어 두 마리가 들어 있었다는 것이다. 이를 보고 그만 감동의 눈물을 흘리셨다는 선생님. 선물의 감동은 선물에 담긴 마음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며 우리 아이 선생님도 이런 분일 거라는 믿음을 가져본다.

박경아 서울 강동구 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