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경제의 대외 성적표라고 할 수 있는 경상수지가 3월에 11억9350만달러(약 1조5000억원) 적자를 나타냈기 때문입니다. 작년 12월부터 4개월째 적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적자규모도 5년11개월 만에 가장 많았습니다. 올해 연간으로도 경상수지는 10억달러 적자를 나타내 6년 만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우려됩니다. 경상수지란 무엇이고, 적자를 나타내면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경상수지 적자’라고 하면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려운데다 일상생활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우리가 먹고 입고 쓰는 것 등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다지 어렵지도 않을 뿐더러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음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우선 아침에 먹는 콘플레이크나 부모님이 사주시는 피자는 미국이나 아르헨티나에서 사온 옥수수나 밀가루로 만든 것입니다. 하루 종일 갖고 노는 장난감은 중국에서 만든 것이 많고, 자동차나 지하철을 타고 학교를 오갈 수 있는 것은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사온 원유덕분입니다. 예쁘게 입고 다니는 옷도 이제는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만든 것이 많습니다.
경상수지 구성항목 (단위:억 달러)구분2002년2003년경상수지(1+2+3+4)15.9-16.81. 상품수지
2. 서비스수지
3. 소득수지
4. 경상이전수지31.2
-15.0
0.2
-0.512.7
-25.7
3.1
-6.8주:1~3월중, 자료:한국은행
그뿐만이 아닙니다. 요즘은 해외여행이나 어학연수, 그리고 해외유학을 떠나는 사람이 수두룩하지요.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이 끝나고 들뜬 마음으로 학교에 가보면 친한 동무 몇 명이 미국이나 캐나다, 또는 호주로 유학 갔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유학을 가는 조기유학이 붐이라는 보도도 자주 있지요.
또 신문이나 TV를 보면 삼성전자에서 만든 휴대전화가 중국과 베트남은 물론 미국에서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으며, 현대자동차가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신문 기사를 종종 읽을 수 있습니다. 대우조선해양에서 만든 배가 5대양을 다니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나 리비아 사막에서 한국 건설회사가 대수로와 고속도로를 만들고 있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서울이나 부산 같은 대도시는 물론이고 지방 중소도시를 가도 외국인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온 사람들이지요. ‘글로벌 경제’라는 말처럼, 이제는 나라와 나라 사이의 국경이 없어지고 언제든지 오갈 수 있게 된 지 오래입니다.
이렇게 한 나라와 다른 나라 사이에 이뤄지고 있는 모든 거래의 결과를 하나로 요약한 것이 바로 경상수지입니다. 경상수지가 흑자라는 것은 우리가 해외거래에서 이익을 남겼다는 뜻이고, 적자라는 것은 손해를 봤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당연히 적자보다는 흑자가 낫지 않겠어요? 여러분의 집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번 돈으로 음식과 옷을 사고 학원비를 낸 뒤 남는 것이 있으면, 즉 흑자를 내면 저축을 합니다. 그렇지만 번 것보다 더 많이 쓰면 적자를 나타내고 은행에서 돈을 빌려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경상수지는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 그리고 소득수지로 이루어집니다(표 1∼3월중 경상수지 구성 참조). 상품수지는 수출에서 수입을 뺀 것입니다. 수출이란 자동차나 휴대전화 같은 상품을 해외에 팔아 돈을 받는 것이고, 수입은 원유나 밀가루 등을 해외에서 산 뒤 돈을 내는 것이라는 것 정도는 여러분도 이미 알고 있지요. 상품수지는 그래서 무역수지라고도 합니다.
서비스수지는 해외여행이나 특허권사용료(로열티), 그리고 컨설팅이나 자문 같은 사업서비스 거래를 종합한 것입니다. 해외여행이 자유화되고 어학연수나 유학을 떠나는 사람이 많아져 여행수지 적자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습니다. 3월중 여행수지 적자는 1억8660만달러로 작년 3월(9200만달러)에 비해 2배로 증가했습니다. 연수·유학의 적자도 1억2570만달러로 1년 전(9180만달러)보다 36.9% 늘었습니다. 해외 유학생이 작년에 쓴 교육비는 45억∼46억 달러나 됩니다.
소득수지는 우리나라 정부나 기업이 외국에서 빌린 돈에 대한 이자와 우리 기업이 외국투자자에게 준 배당금에서 우리가 갖고 있는 외환보유고 등으로 해외에서 받은 이자나 배당금 등을 뺀 것입니다.
그렇다면 경상수지는 왜 중요할까요.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되면 다른 나라에서 돈을 빌려와야 하고, 빌린 돈이 많아져 갚을 능력을 벗어나면 나라 전체가 부도 위기에 빠집니다.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90년부터 97년까지 568억1600만달러 적자를 나타내 97년 말에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급하게 달러를 빌려야 하는 ‘외환위기’에 빠진 것은 대표적인 예입니다. 또 원화가치도 급격하게 떨어져 생활수준도 빠르게 떨어집니다. 원-달러환율이 90년 말에 달러당 716.4원에서 97년 말에는 1415.2원으로 올라 원화 값이 절반으로 떨어졌습니다.
다행히 98년부터 2002년까지는 경상수지가 914억1100만달러 흑자를 나타냈습니다. 그 덕분에 원-달러환율이 2002년 말에 1200.4원으로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GNI)이 1만달러를 넘어선 것도 원화가치가 오른 덕을 봤다는 것은 지난번(4월16일자)에 말씀드렸지요.
그렇지만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해마다 줄어들다가 올해는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걱정입니다. 아직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아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되지만, 제2의 외환위기를 겪지 않도록 지금부터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에피소드(외부효과)▼
해마다 4∼5월이면 한국은 반갑지 않은 불청객에 시달립니다. 꽃 피고 새 우는 춘삼월의 맑은 하늘을 뿌옇게 가리는 황사(黃砂)가 바로 그것입니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올해는 황사가 그다지 심하지 않아 다행이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짙은 황사로 눈병과 감기가 유행해 병원을 찾는 사람이 줄을 이었습니다.
황사가 찾기 직전에 한반도는 ‘맹모삼천(孟母三遷)’의 몸살을 앓습니다. ‘좋은’ 중·고등학교와 ‘질 높은’ 학원을 다녀야 명문대에 갈 수 있다고 믿는 어머니들이 ‘좋은’ 환경을 찾아 이사행렬을 이루고 있는 것입니다.
황사와 맹모삼천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외부성’ 또는 ‘외부효과’의 좋은 예입니다. 외부효과란 한 사람의 행동이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가리킵니다. 외부효과 가운데 서로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을 외부경제라고 부르고, 나쁜 결과가 나오는 것을 외부불경제라고 합니다.
요즘처럼 배꽃이 만발한 과수원 옆에서 꿀벌을 치는 사람이 있다고 할 때, 꿀벌이 꿀을 따는 대신 배꽃의 수분(受粉)에 도움을 주는 것은 외부경제입니다. 반면 코코넛 열매로 매트(깔판)를 만들어 표백제로 하얗게 만드는 사람이 있는데, 근처의 황산암모니아 공장 굴뚝에서 나온 가스가 표백제와 화학작용을 일으켜 매트가 까맣게 변해버리는 것은 외부불경제입니다.
외부효과는 우리 생활 곳곳에 수도 없이 많이 있습니다. 1991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시카고대의 로널드 코즈 교수는 외부불경제도 시장에서 거래를 통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가해자가 피해금액을 추정해 피해자에게 보상을 해주면 된다는 것입니다. 매연을 뿜어대 공기를 오염시키는 시내버스에 대해 오염세를 부과하는 것도 그런 방법의 하나입니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배당금이란?▼
배당금이란? 회사가 이익을 남겼을 때 주주들에게 그 이익의 일부를 떼어내 돌려주는 돈을 말합니다. 회사는 일단 전체 순이익의 몇%를 배당금으로 할지 정한 뒤 이를 회사의 총 주식수대로 나눠 주당 금액을 정합니다. 주당 배당금이 500원으로 결정될 경우 100주를 가진 사람은 5만원을 받게 됩니다. 작년까지는 1년에 한 번만 배당금을 지급했는데 2003년부터는 상반기, 하반기 두 번에 걸쳐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배당금을 많이 주는 회사는 주주들을 위한 경영을 한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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