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한 지 이제 갓 50일 된 사장이 ‘할 수 있는 사업만 하겠다’고 말한다면? 성장이 숙명인 기업으로선 썩 마뜩찮은 발언이다. 더구나 수주 확보가 최고의 가치인 건설회사 사장이라면 자리를 걸고서야 할 수 있는 말이다.
김홍구(金弘九·57·사진) 두산건설 사장. 3월 말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런 그가 임직원들에게 하는 당부는 ‘안정과 수익’이다.
“제가 회사에서 가장 나이가 많습니다. 이렇게 젊은 회사에서 안정을 말한다면 인기가 떨어지지요. 그래도 두산건설이 건설전문기업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해외건설처럼 리스크가 큰 사업은 과감히 포기하고 자신 있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는 게 최선이라고 믿습니다.”
김 사장은 1976년 두산에 입사해 27년간 회사를 지킨 ‘맏형’으로서의 당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영업과 회계에서 잔뼈가 굵은 만큼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에서는 치밀한 계획표를 갖고 있음을 보여줬다.
“솔직히 두산건설의 아파트 브랜드인 ‘위브’의 시장 인지도는 6위입니다. 물론 후발주자로서 이 정도 수준의 브랜드를 만든 건 대단한 일입니다. 하지만 주택사업은 우리 회사가 갖고 있는 강점 중 하나입니다. 올해엔 3위권에 안착해야지요.”
겉으로 겸손하지만 각론(各論)에 강한 노장(老將)의 각오다. 실제 두산건설이 지난해 내놓은 오피스텔은 모두 초기에 100% 분양에 성공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에 내놓은 아파트는 독특한 내부 설계로 인해 ‘캐릭터 하우스’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냈다.
여세를 몰아 아파트와 주상복합, 오피스텔을 가리지 않고 ‘빅3’ 반열에 오르기 위해 ‘브랜드 관리위원회’를 마련하고, ‘입주자 만족도 제고 프로그램’ 등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 두산건설이 부산 광주 창원 등 지방 재건축 사업에서 두각을 보이는 것도 그의 치밀한 계산이 만들어 낸 작품. “남들이 서울에 연연해할 때 한발 앞서 지방시장을 공략하는 게 ‘전국구 브랜드’를 만드는 열쇠라고 생각했습니다. 더구나 지방의 재건축 추진 아파트는 대부분 요지(要地)에 있어 홍보효과도 그만입니다.”
김 사장은 스스럼없이 “내 회사에 대한 생각이 남다르다”고 말한다. 마지막 직장생활을 회사 업그레이드를 위해 쏟아 붓겠다는 그의 각오를 지켜볼 일이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