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잇달아 개발해 성가를 높이고 있는 LG화학기술연구원 배터리 연구소의 김명환 소장(오른쪽에서 두번째)과 연구원들. 대전=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점심시간이 끝나가는 오후 1시경 대전 유성구 문지동의 LG화학기술연구원 앞마당. 인공호수 주변을 산책하던 연구원들이 하나둘 연구실로 들어가는 시간이다.
이 연구소는 박정희(朴正熙) 대통령 집권 마지막 해인 1979년 중화학공업의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럭키중앙연구소’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하지만 1995년부터 정보기술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이제 ‘화학연구소’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변신했다. 리튬이온 배터리와 최첨단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초소재 개발의 메카로 탈바꿈한 것.
최대의 경쟁력은 노트북PC, 휴대전화 등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 화학업체에서 출발한 LG화학이 2차 전지 시장의 강자로 올라선 것은 이 연구소 덕분이다. 기술이전을 거부했던 일본의 선두업체에 한 푼의 로열티도 내지 않는다.
2001년 말에는 세계 최초로 2200mAh(밀리암페어)급 원통형 배터리를 내놓아 세계시장 점유율을 5%까지 끌어올렸다. LG전자와 함께 모토로라 에릭슨 지멘스 등의 휴대전화에 LG화학의 배터리가 쓰이고 있다.
올 들어서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한계로 알려졌던 2400mAh제품을 내놓아 세계를 다시 놀라게 했다. 기술연구원 산하 6개 연구소 중 하나인 배터리연구소의 김명환(金明煥) 소장은 “2차 전지 분야의 세계 경쟁은 누가 먼저 성능이 개선된 제품을 시장에 내놓느냐 하는 속도싸움”이라며 “새로운 배터리의 극성실험을 위해 연구원들이 24시간 일에 매달리다 보니 노총각과 ‘가정불화’가 많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과 연구원들의 장기적 목표는 대형 자동차용 배터리 개발. 전기자동차나 머지않은 장래에 실용화될 연료전지차에 들어갈 충전지를 개발해 세계시장을 석권하는 것이다.
‘양산기술만 있고 기초소재 연구는 없다’는 말은 이 연구소에는 통하지 않는다. 날로 시장이 커지고 있는 대형 벽걸이 TV용 형광물질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소재개발을 끝내놓고 상품화만 기다리고 있는 상태.
초박막트랜지스터액정표시장치(TFT-LCD) 생산업체인 LG필립스LCD의 모든 제품에는 이 연구소가 개발한 편광판과 컬러필터 포토레지스트가 핵심소재로 쓰인다. 차세대 대형TV의 강자로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는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용 형광체도 LG전자 PDP TV에 사용돼 세계로 수출되고 있다.
차세대 휴대전화용 디스플레이로 떠오르고 있는 유기EL(OLED)의 형광물질 개발도 올가을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물질은 g당 가격이 50만원이나 되는 특수소재.
정보전자소재연구소의 권태현(權泰賢) 무기재료팀장은 “PDP용 형광물질을 생산하는 업체는 세계적으로 2, 3곳 정도에 불과하며 수명, 색(色)재현성 등에서 우리 제품이 세계 최고”라며 “PDP가 대형 TV시장을 석권하면 수십억원 수준인 이 분야의 매출이 3년 안에 수천억원대로 뛰어오를 것”이라고 장담했다.
대전=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