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는 여러 음악장르의 팬들 중에서도 특히 성악팬들에게 행복한 계절이 될 듯하다. 런던 코벤트 가든의 무대를 옮겨온 베르디 ‘리골레토’, 모차르트 시대의 무대양식을 재현해온 캐나다 ‘오페라 아틀리에’의 모차르트 ‘돈 조반니’, 이 시대의 가장 주목받는 신성 테너 살바토레 리치트라 독창회, 소프라노 홍혜경 독창회 등이 잇따라 무대에 올려진다. 예술의 전당은 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03∼2004년 시즌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9월 28일 오페라극장의 시즌 오프닝을 알리는 무대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밀라노 라스칼라와 더불어 세계 3대 오페라 극장으로 꼽히는 코벤트 가든의 2001년 프로덕션 ‘리골레토’. 메트로폴리탄 등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질다 역으로 거듭 초청받으며 ‘희생의 여인상’으로 관객의 심금을 울려온 소프라노 신영옥이 질다 역으로 출연하며, 때로 ‘과도한 에로티시즘’을 지적받을 정도로 파격적인 연출을 선보여온 오페라 연출계의 신성 데이비드 맥비커가 연출을 맡는다.
‘탄탄한 전통의 무대’를 자랑할 코벤트 가든과 대조적으로 눈길을 끄는 오페라는 11월 25일 개막되는 ‘오페라 아틀리에’의 ‘돈 조반니’. 1985년 설립된 캐나다 오페라 아틀리에는 토론토시에 기반을 두고 바로크에서 고전주의에 이르는 오페라를 작품이 처음 제작된 시점의 무대에 맞춰 재현해 왔다. 이를테면 ‘무대의 원전주의’라 할 만하다. 예술의 전당은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볼 수 있는 유쾌하고 질펀한 모차르트 시대의 오페라를 생생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오페라 아틀리에판 돈 조반니는 초연 당시 ‘청춘 유혹 격렬함 그리고 불멸에 관한 드라마틱 코미디’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5월 메트로폴리탄에서 파바로티의 독감에 따른 갑작스러운 하차로 푸치니 ‘토스카’에 깜짝 출연해 월드스타로 떠오른 테너 살바토레 리치트라는 12월 5일 역시 콘서트홀에서 무대를 갖는다. 최근 소니사에서 데뷔음반을 내놓기도 한 그는 60년대 맹활약한 테너 카를로 베르곤치처럼 품위와 지성미를 갖춘 온화한 음성이 매력적이라는 평이다.
이 밖에 12월 31일 전문 연주자들이 뽑은 ‘한국인 최고의 소프라노’ 홍혜경 초청 송년제야음악회, 10월 30일 국립오페라단이 무대에 올리는 도니체티의 유쾌한 오페라 ‘사랑의 묘약’도 팬들의 관심을 끌 만한 무대로 꼽힌다. 한편 신예 드라마틱 테너 겸 지휘자로 널리 인기를 얻고 있는 아르헨티나 출신 호세 쿠라도 10월 23일 콘서트홀에서 공연을 갖기로 예정됐으나 ‘사스’ 유행의 영향으로 내년 5월 21일로 연기됐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