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일과 페예노르트의 정식 계약이 무산됐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소식을 들으니 충격적이다. 김남일은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불리한 여건이 너무 많았다.
첫째, 페예노르트 반 마르바이크 감독의 관심을 끌지 못한 상태에서 엑셀시오르에서 뛰어야 했다. 반 마르바이크 감독은 김남일이 엑셀시오르에 임대되기 전 그의 경기를 보고 “크게 인상적인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둘째, 페예노르트에는 김남일의 포지션인 수비형 미드필더가 2명이나 있다. 보스펠트(33)는 나이는 많지만 네덜란드 대표로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고 아쿠냐는 감독이 신뢰해 김남일이 페예노르트에 영입되었어도 주전으로 뛰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셋째, 경기를 뛸 기회가 너무 적었다. 김남일은 겨우 두 달 안에 자신의 실력을 보여줘야 했다. 한국과 다른 환경에 적응하는 데 두 달은 너무 짧은 기간이다. 지난 3경기를 출장하지 못했기에 더욱 그렇다.
넷째, 불행하게도 네덜란드리그 하위팀인 엑셀시오르에서 뛰어야 했다. 아무리 좋은 플레이를 펼쳐도 다른 선수들이 받쳐주지 못하면 빛을 발하지 못한다.
마지막은 의사소통 문제다. 어느 잡지에서 엑셀시오르의 감독은 “김남일은 축구실력이 뛰어나지만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공을 배급하며 경기를 이끌어야 하는 수비형 미드필더는 다른 선수들과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 특히 자신의 뒤에 있는 수비수와의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물론 페예노르트나 엑셀시오르도 잘못한 점이 많다. 의사소통이 문제라면 진작 통역을 붙여야 했을 텐데 갑자기 김남일을 벤치로 보낸 것은 구단의 무관심을 보여준다.
김남일에게도 문제가 있었다. 공격적인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한 점이다. 아무리 수비형 미드필더라도 보스펠트나 PSV 아인트호벤의 반 봄멜처럼 공격 가담을 많이 했어야 했다. 멋진 스루패스와 강한 슈팅으로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주지 못한 게 아쉽다.
최삼열 통신원 sammychoi@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