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만 인구의 80% 이상이 가톨릭 신자인 프랑스에 풍수(風水) 바람이 불고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인 ‘야후 프랑스(www.fr.yahoo.com)’에서 풍수의 중국어 발음에서 따온 ‘펑수이(Feng Shui)’를 검색어로 치면 무려 2만7000여개의 관련 사이트가 뜬다. 프랑스의 대형 서점인 프낙에는 ‘펑수이’ 관련 서적을 모아놓은 코너가 생겼을 정도.
보통 풍수라면 묏자리를 연상하지만 프랑스에서는 교회 등의 공동묘지가 일반적이다. 따라서 묘지 풍수보다는 집이나 사무실 위치 선택, 구조 변경이나 가구 배치 등 ‘인테리어 풍수’가 주를 이룬다.
집안에 칠하는 페인트 색의 장단점을 다룬 풍수 사이트도 있다. 이를테면 “성장과 치유, 안정을 상징하는 초록색은 인체의 균형을 잡아주지만 지나치게 쓰면 개인의 발전을 방해할 수 있다”는 식이다.
TV에서는 ‘펑수이’ 특집이 방영되기도 한다. 파리의 한 카페 주인은 TV에 출연, “펑수이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문과 화장실의 위치를 바꿨더니 매출이 5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홍콩에서 풍수 비법을 전수 받고 왔다는 엘렌 베르베르 같은 전문가도 상한가를 치고 있다.
파리에서 인테리어 관련 일을 하는 한 교민 사업가는 “프랑스 가정이나 사무실에서도 가구 배치를 할 때 ‘기(氣)의 유통이 활발한 문 앞에는 각이 진 가구를 놓으면 기의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에 둥근 가구를 놓아야 한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는 “동양의 ‘젠(Zen·선·禪)’ 사상의 도입과 함께 ‘젠 인테리어’가 유행하면서 풍수 사상이 함께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