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구 의회와 경찰, 심지어 서울시 의원들까지 서울시가 계획하고 있는 도봉 미아로 구간의 중앙버스전용차로제 시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에 따라 청계천 복원과 관련된 교통대책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의회 반대=서울시의회 윤학권(尹鶴權) 의원은 7일 “도봉 미아로의 중앙버스전용차로제 시행을 9월 30일까지 연기해야 한다는 내용의 건의문에 시의원 102명 중 72명이 서명해 이를 최근 의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서울시가 9월부터 도봉로∼종로5가의 중앙버스전용차로에서 시범 운행하려는 굴절버스도 시내 도로 여건에 맞지 않다며 백지화할 것을 요구했다.
윤 의원은 이날 이명박(李明博) 시장과의 면담에서 “공청회 등을 통해 시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연구용역 결과가 나올 때까지 중앙버스전용차로제 시행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의회는 20일부터 열리는 임시회에서 건의문을 정식 채택할지를 논의한다.
▽경찰의 유보 결정=서울경찰청은 지난달 29일 열린 교통규제심의위원회에서 도봉 미아로의 중앙버스전용차로제 시행에 기술적인 문제 및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의견에 따라 당분간 심의를 보류키로 했다.
이미 중앙버스전용차로제가 실시 중인 천호대로와 달리 인구밀집 지역인 도봉 미아로 주변은 중앙버스전용차로로 인해 좌회전과 U턴이 제한되면 시민 불편이 커지므로 우회도로 개설 등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
경찰은 또 도봉로, 미아로, 중앙로를 잇는 미아고가차도(길이 440m) 철거공사도 중앙버스전용차로제가 시행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유보 결정을 내렸다.
경찰은 자치구 의회 등의 반대가 심한 만큼 서울시가 주민의 교통 불편에 관한 대안을 마련하면 다음 규제심의위원회 회의에서 다시 심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일정을 정하지는 않았다.
▽서울시 계획=서울시는 경찰의 보류 결정으로 도봉 미아로 중앙버스전용차로제 시행이 2개월가량 늦어질 것으로 보고 보완책을 마련해 이달 말까지 경찰과 협의를 끝내기로 했다.
그러나 경찰과 협의를 마치더라도 도로 구조물 설치나 신호체계 변경 등의 공사에 2개월 이상이 걸리므로 7월 시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울시 음성직(陰盛稷) 대중교통개선정책보좌관은 “경찰도 중앙버스전용차로제 시행에 원칙적으로 찬성하고 있고 이 제도는 버스노선 개편에도 꼭 필요한 만큼 경찰과 협의해 반드시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음 보좌관은 “일부 버스업체는 중앙버스전용차로제가 시행되면 운행시간이 단축되는 등 유리해지는데도 버스노선 개편을 무산시키기 위해 전용차로제의 불편을 과장해서 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송상근기자 songmoon@donga.com
▼서울 도봉 미아로 중앙버스전용차로제 관련 일지▼
2003년 2월 11일 서울시, 7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
3월 26일 도봉구 의회, 반대 결의문 채택
4월 21일 동북부 14개 버스업체, 반대의견서 제출
4월 25일 강북구 의회, 반대 결의문 채택
4월 29일 서울경찰청 교통규제심의위원회, 심의 유보
4월 30일 민주당 김근태 의원 등 3명, 반대 성명
5월 7일 반대 건의문 주도한 시의원, 시장 면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