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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근무]중소기업 "지금도 일손 부족한데…"

입력 | 2003-05-08 17:57:00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연월차 수당이나 각종 휴가를 줄이지 않으면 우리 같은 중소기업은 엄청난 타격을 받습니다. 치열한 경쟁으로 납품 단가는 계속 낮아지는데 수지를 맞출 방법이 없습니다.” 배터리 생산업체인 새한에너테크 한승우(韓勝寓) 사장은 8일 “대기업이 주5일 근무제를 채택하면 중소기업도 따라갈 수밖에 없겠지만 조건을 달리 하고 유예기간을 넉넉히 주지 않으면 대단히 어려운 상황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사장은 특히 “최근 정부 코드가 노동계 쪽에 맞춰져 있는 것 같아 상당히 염려스럽다”면서 장기적으로 사업장을 중국으로 옮기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

삼성 LG 등 대기업들이 매주 토요휴무제를 실시함에 따라 다른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주5일 근무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주5일 근무제와 관련된 노동관계법 개정은 지난해 노·사·정의 줄다리기 끝에 무산됐다가 지난달부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주관으로 다시 협의가 시작됐다.

그러나 최근 현대자동차 두산중공업 등 대기업 노조들과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인 전국 금속노조가 단체협상의 주요 사항으로 ‘노동조건 후퇴 없는 주5일 근무제 도입’을 주장하고 나오면서부터 기업 경영진의 긴장은 더해가고 있다. 노조측이 연월차나 각종 휴가, 급여를 유지한 주5일 근무제에서 한 치도 물러날 수 없다는 완강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

삼성과 LG는 연월차를 이용해 매주 토요일을 쉬고 있으며 법이 개정되면 이에 따른다는 방침이다. 삼성이 5월부터 매주 토요휴무를 실시함에 따라 삼성전자 협력업체들도 연월차를 이용해 공휴일과 토요일을 쉬는 회사가 늘고 있다.

반면 노조 입김이 강한 다른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여건이 좋은 삼성 LG의 주5일 근무제 전격 도입을 ‘시기 반, 부러움 반’으로 보면서도 선택의 폭이 좁아 답답해하는 모습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노조가 주5일 근무제를 들고 나왔으나 법 개정 전에 개별 기업차원에서협상을 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대기업들은 따라서 개별 사업장에서 ‘힘으로 밀리기’ 전에 정부와 국회가 나서 노동계의 주장을 완화시켜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정부의 절충안이 나와도 이를 받아들이기조차 어려운 형편.

한국경영자총협회 이동응(李東應) 정책본부장은 “중소기업들은 현재 법정근로시간 44시간에, 주당 초과근로시간 한계인 12시간을 꽉 채워 주 56시간을 근무하는 곳이 대부분”이라면서 “만일 법정근로시간이 줄면 비용 증가는 물론이고 인력과 설비를 늘려야 하는데 이미 인력난 자금난에 시달리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따라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노동계가 올해 개별 단체협상 등을 통해 근로시간 단축을 선점하려 하고 있어 올 봄이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