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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이숙일 특별전 내달 16일까지

입력 | 2003-05-08 18:04:00

‘16나한’ 중 한 나한 -사진제공 국립민속박물관


나한(羅漢)의 다양한 모습을 서양화로 만나는 전시회가 마련된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다음달 16일까지 여류 서양화가 이숙일 화백의 유화 기증전 ‘삶속에 나툰 부처, 나한’ 특별전이 열리는 것. ‘나툰’은 ‘나타난’을 의미하는 불교 용어. 이번 전시는 이 화백이 독특한 필치로 그려낸 나한도 516점과 삼전도, 10대제자도 등 서양화 518점이 출품되는 대규모 전시다.

나한 또는 아라한(阿羅漢)은 불가에서 불제자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에 달한 인물들. 이 가운데 16명의 뛰어난 제자를 ‘16나한’이라고 하며 이들은 무량의 공덕과 신통력을 지니고 있어 열반에 들지 않고, 세속에 거주하면서 불법을 수호하는 존자(尊者)다.

부처가 열반한 뒤 제자 가섭이 부처의 설법을 정리하기 위해 소집한 회의 때 모였던 제자 500명을 ‘500나한’이라고 한다.

나한은 인간의 소원을 성취시켜 준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신앙의 대상이 됐다. ‘나한신앙’은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예부터 성행해 왔는데, 한국의 사찰 중에 나한을 모신 ‘나한전(羅漢殿)’이 있는 사찰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출품작들은 이 화백이 경북 영천시 은해사 거조암의 500나한상에서 영감을 얻어 97년부터 3년간 작업한 것들. 500나한과 16나한의 모습을 일일이 화폭에 담았다.

이 화백의 작업도 불심에서 비롯됐다. 작업 직전 후두암 수술을 받은 뒤 약해진 육체를 추스르려는 마음으로 그림에 매달렸다.

현재는 건강을 완전히 회복한 상태. 이 화백은 강렬한 원색으로 기존 불화와는 다른, 새로운 모습의 나한을 만들어냈고, 이 그림들을 2001년 10월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했다. 그는 “처음부터 인연이 닿는 기관에 기증할 요량으로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편, 민속박물관은 그림 전시와 아울러 한반도에서 나한신앙이 성립되는 과정과 전개 양상을 다룬 ‘나한신앙의 세계’ 전시도 갖는다. 기록과 구전설화에 나타난 나한을 분석해 한반도의 나한신앙과 그 의미를 추적했다. 02-720-3138

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