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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가족이 함께]삼청터널-삼선교 성북동길

입력 | 2003-05-08 18:33:00

역사의 흔적과 문화의 향기가 어우러진 서울 성북구 성북동길. 어버이날인 8일 행인 2명이 서울성곽을 끼고 다정히 걷고 있다. -권주훈기자


《서울 종로구 삼청터널∼성북구 삼선교 사이의 성북동길. 이곳엔 역사의 흔적과 문화의 향기가 살아 숨쉬는 명소가 즐비하다. 모두 걸어서 10분 거리 이내. 천천히 걷다 보면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나’ 할 정도로 매력적이다.》

▽역사의 흔적=가장 대표적인 것이 서울 성곽. 1396년 조선 태조는 수도 한양에 성곽(약 18㎞)을 세웠다. 성북동 성곽은 그것의 일부로, 현재 남아 있는 서울 성곽 가운데 가장 잘 보존돼 있다. 이 구간은 성북동길 중간 지점인 서울과학고 뒤편에서 성균관대 후문까지 약 2㎞ 정도 이어진다.

성곽 안쪽엔 산책로가 잘 단장돼 있고 옆으로 시골 정취가 물씬 풍기는 오솔길도 있다. 성곽 너머로 펼쳐지는 주변 풍광이 가슴을 후련하게 해준다.

성곽 입구 건너편엔 간송(澗松)미술관이 있다. 일제강점기 한국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사재를 털어 귀중한 문화재를 수집했던 간송 전형필의 뜨거운 마음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 봄가을 전시 때만 실내가 공개돼 지금은 미술관 내부를 볼 수 없지만 미술관 정원과 전형필 흉상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감동적이다.

이곳에서 삼청터널쪽으로 200여m 올라가다 보면 왼쪽으로 만해 한용운이 말년을 보냈던 심우장(尋牛莊)이 나온다. 조선총독부를 등지고 북향으로 집을 지었던 만해의 꼿꼿한 삶이 그대로 전해온다.

심우장 맞은편엔 일제강점기 한국 최고의 단편 작가로 꼽혔던 소설가 이태준의 한옥이 있다. 그가 1930년에 지어 46년까지 머물며 소설을 집필했던 곳. 특히 정원의 단정함이 돋보인다. 지금은 이태준의 외증손녀가 ‘수연산방(壽硯山房)’이란 이름의 찻집으로 운영하고 있다.

성북초등학교 옆길로 들어서면 선잠단(先蠶壇)터가 있다. 조선시대 왕비들이 양잠(養蠶)의 번창을 기원하기 위해 제를 올렸던 곳이다.

▽문화의 향기=선잠단 옆길로 좀 더 들어서면 법정 스님이 창건한 길상사(吉祥寺)가 나온다. 가톨릭신자인 조각가 최종태씨가 제작한 석조 불상을 감상하는 것도 이색적이다.

삼청터널 입구의 삼청각(三淸閣)도 빼놓을 수 없다. 비밀 요정에서 2001년 문화공간으로 변신해 요즘엔 전통문화 공연과 전시가 열린다. 발코니가 있는 2층 찻집에서 밖을 내다보면 마치 울창한 수풀 위에 둥둥 떠 있는 듯하다. ▽먹는 즐거움도 있다=성곽 입구엔 전통 국밥, 갈치조림, 북어찜, 설렁탕, 돈가스 등 값 싸고 맛 좋기로 유명한 음식점이 많다. 최근엔 간송미술관 앞에 정통 일식집 ‘구보다 스시’ 가 생겼다. 서구적인 음식을 원하는 사람에겐 삼선교 옆에 위치한 피자 스파게티 명가 ‘나폴레옹제과점’이 제격이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