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새롭게 떠오른 ‘아시아 갈색 구름’을 둘러싸고 국제정치적 다툼이 갈수록 치열해져 정작 온난화의 원인 규명에는 먹구름이 끼고 있다고 미국 일간지 월 스트리트 저널이 6일 보도했다. 인도,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형성되는 이 구름은 검댕, 먼지 등이 뭉친 것으로 평균 두께가 3㎞에 이르며 최대 미국 대륙만한 크기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아시아의 갈색 구름층’이라는 보고서에서 이 구름층 때문에 인도에서만 매년 50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다고 경고했던 것이 지난해 8월이었다. 지구정상회담을 위해 준비된 이 보고서가 발표되자 세계 여론이 들끓었다.
그러나 인도 정부는 올 2월 “‘아시아 갈색 구름’은 과학적인 사기”라고 주장하며 파키스탄, 인도네시아의 지원을 업고 국제회의까지 열었다. 결국 UNEP를 설득해 추가 연구 지원을 중단케 하는 데 성공했다.
이 발견은 환경에 관한 프로젝트 중 사상 최대 규모의 ‘인도양실험(INDOEX)’에 의해 이루어졌다. INDOEX에는 미국이 절반을 지원한 2500만달러의 총 예산에 200여명의 각국 과학자들이 참가했다.
약 2년 동안 아시아의 기후와 대기 상태를 관찰한 결과 인도 등 저개발 국가에서 소똥 같은 연료가 불연소되면서 나오는 연무질, 검댕 등이 ‘아시아 갈색 구름’을 만들고 이는 온실가스보다 온난화에 더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햇빛을 흡수하는 검댕의 구름층이 담요처럼 태양 에너지를 10∼15% 차단해 그 아래 지표면의 온도가 급감한다는 것.
이 연구 결과에 환호한 것은 미국이었다. 교토의정서 인준 거부로 국제적인 비난을 받은 미국이 반박할 증거를 잡은 셈. 인도 중국 등 거대 개발도상국이 빠진 채 선진국들만 온실가스 방출을 억제하기로 한 교토의정서는 잘못이라는 것이었다.
미 행정부는 12월 기후 변화에 관한 국제회의에서 UNEP의 연구비 지원이 중단된 것과 관련해서 다른 선진국들을 압박해 ‘아시아 갈색 구름’을 뒷받침할 보다 자세한 자료들을 수집할 계획이라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최영묵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