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산병원 이승규 교수가 수술장에 들어가기 전에 수술에 필요한 자료를 뒤적이고 있다
2일 오후 4시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일반외과 이승규 교수(54)의 연구실 문을 열었을 때 이 교수는 선잠이 들어 있었다. 이날 새벽까지 잠을 못잔 채 하루 종일 환자를 보다가 연구실에서 기자와의 인터뷰를 기다리다 깜빡 잠에 빠진 것이다.
이 교수는 이날 새벽에 수술은 없었지만 54세의 환자의 저승길을 배웅하느라고 잠을 못 잤다.
“2001년 수술 받은 환자였는데 한 달반 전 갑자기 B형 간염이 재발해 혈압이 뚝뚝 떨어지는 상태로 병원에 왔습니다. 포기하기 직전 뇌사자의 간을 기증받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수술이 잘돼 또 한번의 기적을 바랐지만 환자는 결국 회복하지 못하고 오늘 새벽에….”
이 교수는 환자의 아픔을 뼛속 깊이 느끼는 의사다. 평소에도 과묵한 편인데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으면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그는 매일 오전 7시에 출근해 8시반부터 수술에 들어간다. 수술 중에는 20시간이 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새벽 동틀 무렵 ‘집에 다녀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늘 환자를 돌보느라 휴일이 없고 가족과의 외식도 병원 식당에서 한다. 이런 환자 사랑과 지독한 노력이 그를 국내 최고의 ‘칼잡이’(수술의사)로 만들었다고 주위에서는 말한다. 그는 94년 산 사람의 간을 떼어내 이식하는 ‘생체 간이식’에 국내 최초로 성공한 이래 580명의 생체 간이식을 집도했다.
간은 좌엽과 우엽으로 나눠져 있는데 이 교수는 99년 우엽을 효과적으로 이식하는 ‘변형 우엽 이식술’을 개발했고 이듬해에는 2명의 성인에게서 간 일부를 떼어내 한 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법을 개발했다. 둘 다 세계 최초의 개가였다. 이 교수는 지난해에만 141명의 환자에게 생체 간이식 수술을 했고 수술 성공률이 90% 이상이어서 이 부분에서 세계 최고, 최다 성적을 함께 보유하게 됐다.
덕분에 이 교수는 6월 독일 에센대 병원에서 생체 간이식 수술 시범을 선보인다. 이 분야의 태두인 크로스토퍼 브롤시 박사의 초청을 받은 것. 선진국의 최고 병원에서 한국인 의사가 수술 시범을 보이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다.
―간 이식 중 생체 간이식의 세계적 대가로 알려져 있다. 남에게 간을 떼어주면 건강에는 이상이 없는가.
“건강에 이상이 있다면 나라도 말릴 것이다. 간은 재생력이 강해 전체의 70%를 떼어 주더라도 2, 3개월이면 원상태로 돌아온다. 간의 좌엽과 우엽 중 한쪽이 사라지면 나머지 부분이 커져 좌우엽으로 나눠진다. 이 때문에 간의 일부분을 떼어내어도 몸에 이상이 오지 않는 것이다.”
―간이식 수술은 누가 받나.
“성인은 간경변증 환자나 간암 환자가 대상이다. 소아는 선천성 간경변증, 담도폐쇄증이나 태어날 때부터 간에 효소가 부족해 간에 해로운 물질이 쌓이는 ‘대사성 간기능 저하 환자’ 등이 수술을 받을 수 있다.”
―최근 간이식 대상 환자의 폭이 넓어졌다는데….
“그렇다. 간 기능이 갑자기 떨어지는 난치성 간경변증 환자는 이전에는 수술을 받아도 성공률이 낮았는데 요즘에는 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한 지 사흘 내에 수술만 하면 대다수가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에는 꺼렸던 60세 이상 환자의 수술도 요즘 성공률이 높아졌다. 간암 환자도 이전에는 암 덩어리가 작거나 적은 경우에만 수술 받을 수 있었는데 요즘에는 덩어리가 한 개일 경우 8∼10㎝라도 수술이 가능하고 크기가 작다면 덩어리가 5개까지 있어도 수술 받을 수 있다.”
―누가 환자에게 간을 기증할 수 있나.
“우선은 혈액형을 보는데 수혈을 할 수 있는 혈액형이면 된다. 공여자가 O형이면 모든 혈액형의 환자에게 간을 줄 수 있다. 환자가 A형이면 A형과 O형의 간을, AB형이면 모든 혈액형으로부터 간을 받을 수 있다. 제공자는 간염 바이러스가 없고 간 기능이 정상이어야 한다. 또 우엽과 좌엽의 비율이 적당해서 수술 뒤 충분한 간이 남아 있어야 한다. 제공자가 수혜자보다 덩치가 크고 간이 클수록 성공률이 높다.”
이 교수는 간이식 비용 문제를 해결해야 보다 많은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간이식을 받는 사람은 보통 5∼6년 병원을 전전하면서 가산을 탕진한 사람이다. 지금 수술비가 초창기의 1억원대보다는 내려 7000만∼9000만원이지만 여전히 환자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수술 뒤 간염 예방 주사약과 일부 면역억제제가 보험 처리되면서 외래 치료비가 매달 150만여원에서 20만원으로 줄어든 것은 다행이지만 수술비의 보험 혜택을 대폭 늘려야 한다.”
―평소 간 건강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
“간이식 수술을 받는 사람의 90% 이상이 B형 간염이나 C형 간염 환자다. 순수한 알코올성 간경변증은 4∼5%에 불과하다. 그런데 바이러스 간염 환자의 90%가 과음 탓에 증세가 악화된다. 간염 바이러스가 있으면 절주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이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 생명이 위태로운 지경까지 이르는 것이다. 심지어 한 유명 인사는 간이식 수술을 받고도 술을 마시다 숨지기도 했다. 술 권하는 사회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간질환 분야의 명의들▼
▽이효석(53)=학계에서 입증된 방법만으로 빈틈없이 환자를 보기 때문에 ‘간암 및 간경변증 치료의 교과서’로 불린다. 전국의 병원으로부터 의뢰받은 간경변증 및 간암 환자를 보고 있다. 간암 치료 때 암 덩어리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에 알코올을 주입시켜 암 조직을 괴사시키는 ‘순수 에탄올 주입술’을 시행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창홍(62)=A형 간염 연구에서 독보적인 의사로 평가받고 있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고려대 구로병원 간질환진료센터에는 B형 간염 치료제 라미부딘으로 치료받았거나 치료 중인 환자 7000명의 혈액을 비롯해 2만여명의 혈액을 보관하고 있다. 대한간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친절하고 꼼꼼한 진료로 유명하다.
▽서동진(57)=간암 진료의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1979년 영국 킹스 칼리지 병원 간연구소에서 간 질환에 대해 연구했고 고려대 혜화병원, 안암병원 등에서 근무하다 95년 당시 서울중앙병원으로 옮겼다. 현재 대한간학회 회장을 맡으면서 B형 간염 퇴치를 위한 대국민 홍보활동에 힘쓰고 있다.
▽한광협(49)=B, C형 간염 치료에서 선두에 서 있다. 2001년 본보가 연재한 ‘베스트 중견의사’의 간 질환 부문 최고 명의로 선정됐다. 방사선 물질 홀뮴-166 투여법, 미세관을 통한 방사선-항암제 동시 투여법 등으로 간암 치료율을 높이고 있다. 간암 조기진단법을 개발하기도 했다. 국내외 학술지에 약 90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서경석(43)=2001년 ‘베스트 중견의사’에서 간 질환 분야 외과의 최고 명의로 뽑혔다. 98년 뇌사자 한 명의 간을 환자 2명에게 이식하는 분할 간이식에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 2001년 환자의 간 일부만을 절제하고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의 간 일부를 떼어내 붙이는 간이식을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
▽왕희정(48)=1994년 아주대병원 개원 이후 지금까지 간암 환자 400여명 등 800여명의 간 수술을 집도했다. 전체 수술 환자의 사망률이 0.5%에 불과할 정도로 뛰어난 성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전에는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4기 간암 환자의 수술 후 5년 생존율이 18.8%를 기록하고 있다.
▽이건욱(57)=국내 간암 수술의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다. 1000여명의 간암 환자를 수술했고 5년 생존율이 60∼70%이나 된다. 수술 뒤 부작용과 후유증이 적은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급성 간기능저하 환자를 응급 치료하기 위해 돼지 간세포를 이용한 인공 간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조재원(47)=매년 60여건의 간이식, 120건의 간 절제술을 하고 있다. 수술을 받고 퇴원한 환자를 대상으로 별도의 클리닉을 운영하며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최근 이집트 기자의 다 알 포아드병원에서 현지 간경변 환자 3명에게 간을 이식하는 ‘인술’을 베풀고 귀국했다. 소장 이식법, 장기(臟器)보존액의 국산화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이혁상(66)=80년대부터 간담췌장 수술의 명의로 이름을 떨쳤다. 한국간담췌외과학회 회장, 대한소화기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대한외과학회 회장, 한국간이식연구회 회장, 대한간외과연구회 회장 등을 맡고 있다. 1992년∼2001년 11년 동안 서울백병원 원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이 병원의 명예원장이다.
▼어떻게 뽑았나▼
간 질환 부문의 베스트 닥터로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일반외과 이승규 교수가 선정됐다.
내과에서는 서울대 병원 이효석 교수가 베스트 닥터로 선정됐고 고려대 구로병원 이창홍,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서동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한광협 교수가 거의 똑같은 추천을 받아 2위권을 형성했다.
이는 전국 17개 대학병원의 소화기내과 및 일반외과 교수 78명에게 △자신의 가족이 간 질환이 있으면 맡기고 싶고 △최근 3년 동안 진료 및 연구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의사를 5명씩 추천받아 집계한 결과다.
이승규 교수는 2000년에 이어 연거푸 압도적 추천을 받아 이 분야 베스트 닥터로 선정됐다. 이효석 교수는 그동안 주위로부터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스승인 ‘간 박사’ 김정룡 교수의 그늘에 가려 있다가 이번에 비로소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간 질환 분야 전국의 명의들과이름소속세부전공소화기내과이효석서울대간질환 이창홍고려대 구로간질환서동진울산대 서울아산간질환한광협연세대 세브란스간질환유병철성균관대 삼성서울간암문영명연세대 세브란스간질환조성원아주대간질환이정일경희대간질환김정룡인제대 일산백간질환고광철성균관대 삼성서울간염, 간경변증박충기한림대 성심(평촌)간질환정영화울산대 서울아산간질환변관수고려대 구로간질환최성규전남대간경변증, 간암김창민국립암센터간암윤정환서울대간질환이헌영충남대간질환김대곤전북대급만성 간염백승운성균관대 삼성서울간암, 간이식 관리김연수순천향대간질환김홍수순천향대(천안)간질환이민호한양대간질환유 권이화여대 목동간질환정규원가톨릭대 성모간질환전재윤연세대 세브란스간질환조 몽부산대간 담도질환김주현가천의대 길간질환일반외과이승규울산대 서울아산간 이식 및 절제서경석서울대간 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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