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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재응-병현-희섭 스승 허세환 광주일고감독

입력 | 2003-05-14 17:40:00


“항상 마음을 졸이고 TV를 봅니다. 경기가 잘 안 풀리면 일부러 다른 채널로 돌리기도 하죠.”

광주일고 허세환 감독(42·사진)은 ‘삼형제’를 객지에 내보내고 그들을 지켜보는 아버지의 심정이다. 그가 키운 세 아들은 첫째가 서재응(뉴욕 메츠), 둘째가 김병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셋째가 최희섭(시카고 컵스). 모두 광주일고 출신으로 사랑스런 제자들이다.

셋이 주전으로 뛰며 청룡기 고교야구대회 우승을 일궜던 95년은 최강의 전력. 서재응(3학년)과 김병현(2학년)이 번갈아 마운드를 지켰고 최희섭(1학년)은 4번에서 홈런포를 펑펑 터뜨렸다.

이들은 요즘도 몸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스승인 허감독에게 변함없이 깍듯하다. “3명 다 메이저리그에 처음 올라간 날 내게 전화를 했죠. 너무 고맙더라구요. 요즘도 자주 연락이 오는데 매년 스승의 날(5월15일)은 꼬박 꼬박 챙기니까 이번에도 잊지 않을 겁니다.”

허감독이 본 이들의 고교시절은 어땠을까. “다혈질인 재응이는 활달했고 병현이는 말이 없었어요. 처음 본 사람에겐 쉽게 말을 못 걸었죠. 희섭이는 3명중 가장 원만한 성격이었습니다. 서글서글하고 ‘순박’ 그 자체예요.” 희섭이 아버님도 아주 소탈하셨어요. 어느 여름 트럭째 수박을 갖고 와 선수들에게 나눠주던 생각이 나네요.”

내야수출신인 허감독은 광주일고 56회 졸업생으로 선동렬과 동기. 무릎을 다쳐 프로의 꿈은 접었지만 92년부터 지도자로 나서 후배 양성에 온힘을 쏟고 있다. 92년부터 98년까지 광주일고를 맡았고 이후 충장중을 거쳐 지난해 다시 모교인 광주일고 지휘봉을 잡았다.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두고 14일 찾아간 광주일고 허감독의 방엔 커다란 TV가 눈에 띄었다. 허감독은 메이저리그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밤잠을 설쳐가며 TV 앞에 앉아있다고 했다. 이날도 그는 최희섭이 밀워키 브루어스전에서 홈런치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광주=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