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코리안 지오그래픽]강따라 물따라한강- 삼수령과검룡소

입력 | 2003-05-14 17:55:00



《물은 생물의 근원이자 생명의 원동력. 그런데도 지구상 물은 60억 인구가 절반 이상(54%)을 점용했다. 25년 후에는 거의 대부분(90%)을 장악, 인류 외에 지구상 다른 생물 종에게

돌아갈 물은 단 10% 밖에 되지 않을 전망이다. 생태계 파괴의 우려는 그래서 나온다.자연은 조화를 이룰 때만 보존된다.

동아일보 여행팀은 ‘세계 물의 해’(유엔 선정)를 맞아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수자원의 보호를 위한 마음가짐을

갖도록 하는 이코 투어리즘(Ecology Tourism·생태 관광)의 하나로 우리 강의 원류와 주변의 자연을 살펴보는 여행 시리즈 ‘강따라 물따라’를 매주 목요일 ‘코리안 지오그래픽’에 연재한다.》


두 물이 하나로 아우러지는 정선 아우라지. 여기서 골지천을 거슬러 오르는 길은 태백시로 이어지는 35번국도다. 이 길로 가다 보면 삼척 태백 경계 지나 시내로 가는 길에 고개를 넘는다. 피재(해발 920m)다.

그런데 바위표석에는 ‘삼수령’(三水嶺)이라고 돼있다. 삼수란 한강 낙동강 오십 천(삼척). 방향도 제각각인 세 강이 하필이면 허다한 산과 계곡 가운데서도 여기 삼수령에서 시작하는것일까.

#삼수령서 물길 갈라져

그런 의문은 지도를 보면 풀린다. 이 곳은 북동진하던 백두대간이 정북으로 휘익 방향을 트는 지점. 여기에 낙동 정맥이 산줄기를 들이댄다. 대간과 정맥, 두 산줄기가 여기서 만나 형성된 세 계곡에서 제각각 발원한 물이 세 강의 원류가 되는 것이다.

물 찾아 떠나는 여행, 그 첫 번째는 한강이다. 한강(494.44km)의 발원지는 검룡소(儉龍沼)다. 삼수령 동편 금태봉(1418m·태백시 창죽동)의 북서쪽 계곡에 있는 제법 큰 샘이다. 그 검룡소를 찾아 나선다.

피재에서 국도 따라 4km쯤 내려가면 ‘검룡소’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비포장 마을 길은 안 창죽을 지나 주차장까지 6.8km나 이어진다. 주차장에는 등나무 그늘 아래 쉼터가 있다. 여기부터는 자연 생태 보전지역. 검룡소까지 1.3km는 산책하기에 알맞다.

임도 따라 들어선 숲길. 들꽃 피고 산새 울음소리 청아한 임도로 700m 쯤 걸어가면 폭 3m의 징검다리가 나타난다. ‘한강’ 최북단 다리다. 여기부터 600m는 이깔나무(낙엽송) 숲 터널의 오솔길이다. 내내 길옆을 흐르던 골지천은 시냇물로 졸아들어 졸졸졸 소리 내어 흐른다.

# 10단폭포위 폭 2m 연못

숲 터널 나와 조금만 더 오르면 검룡정 육각정이 보인다. 정자는 비스듬한 경사의 거대한 암반 옆에 있다. 암반 오른 편 끝에서는 골지천으로 흘러드는 물이 힘차게 흐른다. 억겁 세월 물 흐름에 바위는 깊게 패어 있다. 그 물길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멋진 10단 폭포다. 폭포 아래는 용소도 있다. 이 폭포 꼭대기, 검룡소는 거기에 있다.

폭 1, 2m의 원형 연못. 샘의 바위 구멍 안은 조각난 돌 뿐. 수면을 보면 아주 희미한 동심원의 파형이 어른거려 물이 샘솟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거대한 한강이 이렇듯 예쁜 숲 속의 옹달샘에서 솟는다고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두 손 모아 뜬 물로 갈증 난 목을 축인다. 손을 담그니 한기가 느껴진다. 섭씨 9도의 수온. 물맛은 깔끔하다. 한 모금 마시니 한강을 통째로 들이킨 기분이다.

●여행 정보

◇검룡소=깊이 1.5m의 연못의 바닥은 석회암 암반. 용출량은 하루 2000톤으로 연중 변함없다. 수온 역시 사철 한결같다. 그래서 바위의 물길 주변에는 늘 푸른 이끼가 생생하게 살아있다.

◇찾아가기 △대중교통 ①시외버스=서울(동서울터미널)↔태백(3시간 40분) 하루 10회 왕복 운행. 1만5900원. ②시내버스(검룡소)=하장·임계 행(하루 3회)은 창죽 동(35번국도 검룡소 입구)에서, 조탄 행(하루 1회·오전 6시 10분 발)은 안 창죽(검룡소 주차장 부근)에서 하차. 출발은 태백 시외버스 터미널. 영암 고속 033-552-3100. ③손수 운전=영동고속도로∼중앙 고속도로∼제천IC∼제천∼영월∼31번국도∼35번국도∼태백∼35번국도∼피재(삼수 령)∼창죽 동(검룡소 입구)

◇관광 안내 △태백시=www.taebaek.go.kr △안내소(태백역 옆)=033-550-2828, 8363

◇축제 △한강 대제(8월 초)=검룡소에서 깨끗한 물 마시기 체험. △철쭉제(6월 5∼8일)=문의 태백시청 관광문화과 033-550-2083 혹은 관광 안내소 033-550-2828

●패키지 투어

승우여행사(www.swtour.co.kr)의 열차 및 버스 왕복 상품이 있다. 02-720-8311 △검룡소&산간 꼬마 열차(1박2일)=왕복 열차 및 두 칸 열차(추전∼승부∼봉화역) 탑승. 검룡소 답사 후 부석사 풍기온천에 들름. 태백 메르디앙 호텔 숙박. 20, 27일, 6월 3, 6일 출발. 14만5000원. △검룡소(당일)=버스 왕복. 정암사 들름. 18, 24, 25일 출발. 3만8000원.

태백=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영월의 동강에서 옛 뗏목을 띄우는 뗏군들. 동강은 정선 아라리의 슬픈 사연이 깃든 아우라지에서 시작된 조양강이 가수리에서 동남천과 만나 이루는 큰 물로 영월읍에서 서강과 만나 남한강이 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어디가 한강이고 어디가 바다인가▼

한강의 원류를 보았으니 한강의 끝도 보아야 하지 않을까.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김포시 월곶면과 북한의 개풍군 흥교면 사이 교동 갯벌 동편에 있는 작은 섬 유도. 한강은 이 섬의 꼭대기를 지나는 남북 종단선까지다.

한강이 바다로 변하는 마지막 순간을 보기 위해 유도를 찾아 떠났다. 강화 읍내에서 ‘강화 경찰서’ 이정표를 따라 들어선 좁은 길. 마을을 통과한 1차선 시멘트 포장길은 바다를 향해 3km쯤 이어졌다. 해안 경계용 철망 너머로 호수처럼 잔잔하고 너른 한강이 보였다. 그 너머는 북한의 개풍군. 옅은 안개 탓인지 보이지는 않았다.

아스팔트 포장 해안도로 공사가 철망을 따라 이어지다가 중단된 지점에 해병부대의 검문소가 있다. 예서부터는 민간인 통제구역(민통선). 유도 앞 월곶 나루터는 부대 안에 있고 유도 역시 해병부대 안에서야 보인다. 그러니 한강이 바다로 바뀌는 장면을 민간인은 볼 수 없는 셈이다. 해안도로변을 돌아다녀 보았지만 유도를 볼 수는 없었다. 월곶 나루터에서 유도까지 거리는 1.6km다.

유도의 위치는 강화도와 김포시 사이의 좁은 바다가 북쪽에서 한강과 만나는 곳. 지도를 보니 썰물 때면 강 한가운데 드러나는 교동 갯벌의 동편 끝에 있다. 이 섬 중앙의 꼭대기를 남북으로 통과해 남북한 강안을 직선으로 잇는 선의 길이(한강 하구의 너비)는 6km. 한강 원류인 검룡소의 샘물이 흘러넘치는 곳의 물길 너비는 1m. 원류와 하구의 차이는 6000배다. 이 한강의 끝에서 태백시 검룡소까지 찾아가는 자동차 여행길. 멀기는 해도 세계 물의 해를 맞아 한 번 쯤 도전해 볼만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한강이 어떤 지역을 거쳐 어떻게 흘러 큰 강을 이뤄 서해에 유입되는 지 그 경로를 알아야 한다.

금태봉 아래 깊은 계곡의 바위샘을 떠난 검룡소 물. 이 물은 여러 개의 한강 원류 가운데 494.44㎞를 여행하는 가장 긴 물이 된다. 흘러넘친 샘물이 줄기를 이루는 곳은 20여m 바위 아래 시내. 시냇물은 600m를 흘러 징검다리를 지나며 비로소 골지천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이 골지천은 안창죽 마을을 지나 35번국도 입구에서 국도 옆으로 흘러 정선의 임계(35번 42번국도 교차점)로 간다. 여기서 임계천을 흡수한 골지천은 정선 여량의 아우라지에서 횡계(평창군)의 도암댐을 지나 노추산 계곡을 거쳐 구절리(정선선 종착역)를 지나온 송천과 만나 비로소 강(조양강)을 이룬다.

정선선 철도 나전교 아래에서 역시 평창 쪽에서 흘러온 오대천을 흡수한 조양강. 정선읍 지나 남행 중에 가수리(정선)에서 동남천과 합류, 동강이 된다. 영월로 흘러든 동강은 영월 읍 부근에서 단종 애사의 슬픈 사연이 깃든 청령포를 휘감아 돌고 나온 서강을 만나 남한강을 이루고 남한강은 고씨동굴 지나 단양 땅(충북)을 적시며 서진, 거대한 충주호에 흘러든다.

충주 다목적 댐을 나선 남한강은 여주 땅에 흘러들며 영동고속도로의 남한강 교 아래에 금빛 고운 모래강변을 만들며 흘러 내려 양수리의 두 물 머리(경기 남양주 군)에서 북한강과 만난다. 예서 비로소 한강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한강은 팔당댐을 나와 서울 도심을 통과해 휴전선 쪽으로 흐르다가 통일 동산(경기 파주시 탄현 면)에서 임진강을 흡수한 뒤 유도를 지나 강화만으로 유입되어 바다가 된다. 한편 한국 수자원 공사가 제작한 ‘우리 ¤¤ 길라잡이’라는 지도책에는 조양강부터 남한강까지 구간을 ‘한강’으로, 한강 길이도 494.44km로 기록돼 있다. 검룡소 앞 안내판에는 514.4km로 쓰여 있다.

태백강화=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한우 생고기 전문전 '정원'

태백에 아직 이렇다할 ‘맛 집’이 없다. 시내 즐비한 ‘태백 한우식당’은 소비성향 높았던 탄광 타운의 유산이다. 주민이 즐겨온 음식일 뿐 고원 태백의 자연과 전통이 배어든 ‘태백의 맛’이라기엔 부족한 느낌. 그래서 한우 생고기 전문점 ‘정원’(대표 최연진·태백문화연구소장)에서는 ‘태백 한정식’을 산 좋고 물 좋은 태백의 청정한 맛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태백 출신의 여주인 김소은씨(36)는 궁중 요리 전문가 황혜성씨로부터 전통 궁중 요리와 상차림을 배우며 깔끔한 태백의 맛 차림을 만들고 있다. 태백서 성장한 남편 한씨도 태백의 문화 속에서 ‘태백의 맛’을 찾는다.

요즘 같은 산나물 철이면 한씨가 산나물을 뜯고 김씨가 이 나물로 다양한 음식을 낸다. 6월초까지는 곰취 참나물 벌개미취 등 향긋한 봄나물을 생채로 맛 볼 수 있다. 숙성 잘 된 한우 육회와 불고기, 갈비찜도 상차림 가운데 하나. 한정식 외에 태백 한우도 낸다. 매달 셋째 일요일은 쉬고 매일 오전 11시부터 영업. 식당은 태백 시내에 두 곳. 장성점(033-581-7506)은 정육점도 겸한다. 샘터점은 황지 공원 옆 메르디앙 호텔 뒤. 033-553-6444

태백=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